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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세 번째 화살' 고맙소 … 일본 증시 활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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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올 들어 부진했던 일본 증시가 다시 힘을 받고 있다. 소비세 인상의 충격이 조금씩 가시고 있는 데다 각종 경제 지표도 예상보다 잘 나오고 있는 덕이다. 때맞춰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도 막 활시위를 떠날 참이다. 돈을 푸는 무제한 양적완화(QE), 재정 투입 확대에 이은 성장전략 발표가 그것이다. 장기 불황 탈출이란 타깃을 정확히 맞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기대와 꿈을 먹고 사는 증시는 일단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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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증시는 올 들어 주요 선진국 증시 중 가장 부진했다. 연초 이후 주가 상승률은 여전히 -4% 수준이다. 지난해 무려 52% 급등했던 것과 뚜렷이 대조된다. 급등에 따른 부담감에다 주가를 밀어올려온 아베노믹스가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면서였다. 4월 소비세 인상도 큰 악재였다. 자칫 내수를 위축시켜 경기 회복에 찬물을 부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불거지며 엔화 약세에도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지난달 이후 먹구름이 조금씩 걷히고 있다. 일본 증시는 최근 한 달 동안에만 10% 가까이 반등했다. 떠났던 외국인 투자자도 다시 돌아오고 있다. 외국인은 올 들어 3월까지 264억 달러어치의 일본 주식을 팔아치웠다. 하지만 4월 이후에는 92억 달러를 순매수하며 ‘사자’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한국(52억 달러), 대만(56억 달러), 인도(59억 달러)의 순매수액을 훌쩍 넘어선다. 고꾸라지던 일본 펀드의 수익률도 따라 회복되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일본 주식형 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8.33%로 미국(2.24%), 유럽(4.06%)을 앞선다. 우리투자증권 이은주 연구원은 “소비세 인상 여파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던 데다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졌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반등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다시 탄력을 받는 아베노믹스도 일본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되살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27일 각료회의에서 승인될 예정인 성장전략의 핵심은 법인세 인하와 규제 완화로 기업의 투자를 늘리고, 여성인력과 이민자를 활용해 노동시장 고령화에 맞서겠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당장 주목받고 있는 건 공적연금(GPIF)의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는 방안이다. 1조3000억 달러 규모의 세계 최대 공적연금인 GPIF는 현재 자산의 60%를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주식 투자 비중은 12%에 그친다. 시장에선 GPIF가 올가을 이후 점진적으로 채권 비중을 40%까지 줄이는 대신 주식 비중은 20%까지 늘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500억~1000억 달러의 자금이 일본 증시에 추가로 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증시의 반등에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달 16일 상장한 ‘KINDEX 일본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는 하루 평균 51억원어치가 거래되고 있다. 국내 160개 ETF 중 거래액 규모로 일곱 번째다. 이 펀드는 지수가 상승하면 두 배가량의 수익률을 챙길 수 있지만 지수가 떨어지면 손실도 그만큼 커지는 구조다. 한국투자증권 강송철 연구원은 “그간 일본 ETF의 거래가 그리 활발한 편이 아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위축됐던 투자 심리가 풀리고는 있지만 낙관은 이르다는 지적이다. 뚜렷한 실적 개선보다는 여전히 아베노믹스라는 정책의 힘이 밀고 가는 주가이기 때문이다. 정책의 추진력과 속도의 변화에 따라 부침도 그만큼 클 수 있다. 이은주 연구원은 “상황에 따라 연초에 보였던 높은 변동성이 재연될 소지도 남아 있다”면서 “성장전략이 구체적으로 적용될 3분기 이후에는 방향성이 보다 뚜렷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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