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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서 갓 따낸 채소 10분 만에 매장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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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이마트 로컬푸드가 농민과 소비자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이푸른농원 정영호 대표(왼쪽)와 이마트 우민성 바이어가 서울 강남구 율현동 농장에서 친환경 가지를 점검하고 있다. 이곳에서 키운 채소는 새벽에 따 10분 거리 이마트 강남 3개점으로 냉장차에 실어 보낸다. [사진 이마트]

지난 23일 찾은 서울 강남구 율현동의 ‘이푸른농원’ 영농조합법인의 친환경 농장. 복정역에서 차로 5분 거리의 6600여㎡(약 2000평) 넓이 그린하우스에서 상추·로메인 등 갖가지 쌈채소와 애호박·고추·가지 등이 자라고 있다. 쌈채소는 농약을 일절 치지 않는 친환경에, 땅에 심는 대신 물에 갖가지 영양성분을 타서 키우는 수경재배 방식으로 키운다. 땅에서 키우는 고추·애호박 등은 벌을 풀어 자연수정시키다보니 비닐하우스 안에 벌들이 날아다니고 있다.

 “오전 4시반에 일어나 부지런히 딴 쌈과 채소들을 직접 냉장 시설이 된 스타렉스에 싣고, 10분 거리의 이마트 양재점과 역삼점·성남점으로 실어 나른다”고 이푸른농원 정영호(58) 대표는 설명했다.

 토·일요일엔 함께 농사를 짓는 정 대표의 며느리 지영실(32)씨, 처남 서상환씨의 딸 영미(28)씨가 이마트 양재점에서 채소들을 직접 펼쳐놓고 고객들에게 설명하며 판매도 한다. 강남 대형마트에 최초로 생긴 ‘로컬푸드’ 매장이다. 매주 토요일 이 친환경 매장에서 채소를 산다는 김혜숙(69·서초구 양재동)씨는 “손주 이유식 만들 채소를 사는데 열흘 동안 냉장고에 넣어놔도 싱싱하다”며 “가격도 100g당 990원으로 친환경이 아닌 일반 쌈채소와 비슷할 정도로 저렴하다”고 만족해했다. 이마트에서 파는 일반 친환경 쌈채소는 100g당 1480원 선. 100g당 약 500원이나 싼 셈이다.

 당일 갓 딴 싱싱한 채소를 몇 시간 뒤 소비자가 싸게 살 수 있는 비결은 ‘로컬 푸드’이기 때문이다. 이전엔 율현동 농장에서 수확한 채소가 경기도 이천 물류센터로 갔다가, 다시 경기도 여주·시화, 심지어는 대구 매장까지 가 판매됐다. 이렇게 2~3일이 걸리던 배송 시간을 10분으로 줄이니 길거리에 버려졌던 물류비용도 절약됐고, 제품은 싱싱해졌다.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와 농가의 이익으로 돌아왔다.

 정 대표와 함께 농사를 짓고 있는 아들 정재웅(32) 이푸른농원 차장은 “이마트 측과 협의해 지난 2월부터 로컬푸드 방식으로 납품 경로를 바꿨는데, 전보다 매출이 5~6배 늘 정도로 소비자들이 알아봐준다”고 말했다. 정 차장은 “처음엔 쌈채소만 팔았는데, 소비자들이 가지·호박·고추·브로콜리 등은 없느냐고 먼저 찾아, 이를 심어서 추가로 팔고 있다”고 말했다. 양재점 친환경 로컬푸드 코너는 주말 400여 명 이상이 찾고, 한 번 산 고객의 재구매율도 70%나 된다. 주로 농가가 근처에 있는 지방에만 있던 로컬푸드가 강남 한복판에 진출하자 소비자 반응이 폭발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 로컬푸드 매장은 2009년 8개 점포에서 올해 80개 점포로 늘었다. 참여 농가수도 초기 20여 개에서 현재 전라도·경상도·강원도·충청도·경기도와 서울 등 전국에 걸쳐 200여 곳으로 증가했다. 첫해 3억원에 불과하던 매출도 지난해 120억원, 올해는 180억원을 목표로 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채소류를 주로 하던 로컬푸드 종류도 수산·축산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이마트는 지난해 4월 가격을 10~30% 낮춘 수산물 로컬푸드를 시작해 지난해 8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2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산지에서 오전 5~6시 경매된 물량이 냉장배송차로 매장에 옮겨져 당일 오전 10시부터 소비자에게 판매된다. 한우 로컬푸드도 올해 도입했다. 김해축협·안동축협과 제휴해 지역 축협에서 지역 이마트 매장에 한우를 바로 공급하고 있다. 일반 점포의 축산 매출 신장률이 6.5%인데 반해 로컬푸드 축산물은 22.7%의 신장률을 기록 중이다. 올해 19개 점포까지 한우 로컬푸드를 늘릴 계획이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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