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 선에서나마 머물러 줬으면-무역회사부장 부인 박혜경씨의 한달 가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조그마한 무역회사 부장의 부인 박혜경씨(35·서울영동AID「아파트」)가 매달 남편에게 받는 생활비는 자신의 용돈을 제외한 31만원. 지난 2월부터 월급이 올라 3만원이 많아졌지만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는 오른 월급을 흔적도 없이 삼켜버려 살기는 더욱 어려워졌다는 불평이다.
부부와 국민학교 4학년과 1학년에 재학중인 남매, 가족은 모두4명. 매주 평균 하루씩은 2, 3명씩의 손님이 와서 점심이나 저녁식사를 하고 간다. 집은 10여년 월급 생활 끝에 힘겹게 마련한 (2년전) 중앙집중식 난방의 22평 규모의 「아파트」.
박씨의 가계부를 살피면 우선 저축액이(8만원) 많은게 놀랍다. 그러나 이는 집을 살 때 미리 타 쓴 곗돈을 불입하는 것.
결코 저축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 박씨의 얘기다. 곗돈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비목은 식비.
식비의 한달 총액이 7만5천2백70원에서 9만2천4백60원으로 만4개월 사이에 약23%가 증가됐다. 그러나 밥상은 오히려 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우선 식품류의 가격인상을 박씨의 가계부를 통해 살펴보면-.
작년 10월 10㎏ 3천90원이던 정부미가 3월에는 3천5백70원으로, 쇠고기(정육)는 한근 2천원이 2천3백원으로, 분유 한통은 7백70원이 9백원으로 올랐다. 그밖에 우유·참기름·과실 등이 20∼30%가 올랐다.
주거광열비는 5만1천9백원에서 5만9천8백원으로 뛰었다. 이는 지난1월부터 「아파트」의 관리비가 8천6백60원에서 1만2천6백50원으로 오른 것을 비롯해 난방비·급탕료(「톤」당 3백원에서 5백원)가 오른 때문. 취사용 「프로판·가스」의 값도 지난 2월부터 한달치인 10㎏들이 한통이 2천6백원에서 2천8백50원으로 인상되었다.
교육비는 두 아이의 「피아노·레슨」비(1만5천원씩)가 큰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결코 적은 월급이 아닐텐데도 평소에는 변변한 옷 한벌 안해 입어도 항상 쪼들린다』는 것이 주부 박씨의 한탄이다.
1년에 4백%인 「보너스」로 겨우겨우 매달 조금씩 쌓이는 가계부 적자를 메우고 옷도 마련한다는 박씨.
이제 또 기름 값이 올랐으니 「아파트」 난방비도 오를 것이고…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눌려있던 물가가 오르지 않을 수 없다니 이제 오른 선에서나마 값이 머물러 줬으면 좋겠다』는 것이 간절한 소망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