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 엇갈리는 「초선」원내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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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0대국회의 문이 열리자마자 초선의원들은 맨먼저 백두진의장선출을 둘러싼 「파동」을 겪었다.
『국회가 이런것인가』고 실망부터한 초년생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곧 수습되는 것을 보았고 상임위에서 경연이나 하듯 다투어 발언에 나섰다. 장관들에게 호통을 친 어떤 초선은 『정치는 이맛에 하는 모양이다』고 입을 열었다.「비」가 금방 「희」로 바뀐것인가. 2백31명의 10대의원중 초선은 88명.
유정회소속이 4O명으로 가장많고 △공화20명 △신민15명 △민정12명 △통일당1명으로 여당쪽에 초선의원이 많다.
민정회란 무소속교섭단체가 구성된 덕분이겠지만 박정수·한갑수의원은「배지」를 단지 열흘도 안돼 본회의에서 행운의 처녀발언을 했고 각상임위에선 초선의 과반수가 정부를 상대로 포문을 열었다.
여는 긍정적·야는 자조적
○…야당초선의원들의 눈에 비친 국회상은 한마디로 「제약」투성이.
여당소속 초선들은 그런대로 이해를 갖고 들어왔다는 반응이지만 야당의 초선들은 體制 의 「벽」을 실감한 것 같다.
신민당의 김령배의원은 『원내발언에서조차 한계가 있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며 『정치발전이나 의회의 활성화가 9대국회에 비해 나을 것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욱의원도 여야를 떠나서 보더라도 제약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고 정재원의원은 야당의 한계성을 정책적인것에서까지 체험했다고 실토.
역시 신민당의 박권흠·김원기의원등은 『국회운영이 사전에 방향을 정해놓고 그 궤도위에서 요식핸위로 움직이그 있는것같아 허탈감올느꼈다』 고 했다.
야당의원들의 한결같은 자조적반응에 비해 여당의 초선들은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해서 대조적.
현기순의원(유정)은 『초기의 개원파동은 우리나라 국회가 거쳐야할 과정이 아니겠느냐』 며 『교단에 있을때는 많은 제약을 받았으나 의원이 되니 그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다』고 금「배지」의 매력을 솔직이 시인했고 김윤환의원(유정)은 『과거의 국회에 비해 여당의 「언권」이 높아지는듯해서 재미있을 것같다』 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박정수의원(민정) 은 『9대에 비해 활발한 시작으로 보여진다』며 초선들이 너무 설치지 않았느냐는 일부 비판이 있지만 이것은 「적극적 참여」라는 측면에서 좋은 현상으로 본다고 평가했고 이후낙의원(민정) 은 『초장의 여야대립을 거쳐 남북대화결의안을 만강일치로 통과시긴 것은 멋있는 국회운영의 일면』이라면서도 『실리없는 명분을 갖고 너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안타까왔다』고 했다.
답변방식에 저항감느낀듯
○…초선의원들은 짧은 임시국회를 체험하면서 행정부측의 태도를 「대국회경시」로 보고 상당한 저항감을 의식한 것 같다.
김현규의윈(민정) 은 『답변에 어물어물 넘어가는 장관이 명답변가로 통하는 풍조가 이상하다』 며 이것은 의원스스로가「구걸식」으로 나오기 때문인 것 같다고 진단.
조세형의원(신민)은 본회의와 상임위의 정부측 답변에 단 한마디도 처음 듣는 새로운 것이 없었다고 평했고 민정회의 정휘동·박룡기의원은 『장관들 답변이 맺고 끊는 맛이 없더라』며 걸핏하면 「연구검토」하겠다는 답변양식은 지양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
여당의원 중에서도 『의원들 질문수준은 높으나 답변은 구태의연하다』 (김윤환·유정) 『원외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야당의원들의 식견이 높고 문제추궁자세가 좋은데 반해 답변이 아쉬웠다』 (김용호·유정), 『정부답변에 내용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유경지·공화)고 비판했다.
특정의원들먹여 항의받아
○…초선이기 때문에 물의발언으로 주목을 받았던 사람이 몇 명 나왔다.
여성의원 2명도 나와앉은 문공위에서 「탤런트」출신의 홍성자의원(민정) 은 수입이 적은 연예인들이 술집에 나가고 타락까지한다는 표현을 써가며 예술진흥에 관해 열변을 토했으나 강병규위원장은 의원품위를 손상한 발언이라고 속기록 삭제를 지시.
내무위에서 선거과열상을 실명하던 황병우의원 (신민) 은 건너편 좌석에 앉아있던 길전직전공화당사무총장을 들먹여 옆에 앉았던 김룡호공화당부총무로부터 즉각적인 항의를 받았고 외무위에서 이태섭의원(공화)은 한국인의 외국은행저금실태를 제출하라는 유한열의원 (신민)의 자료요청에 대해『정부측을 난처하게 만들려고 불쑥 내미는 자료요청이 아니냐』 고 하여 『당신이 외무부대변인이냐』는 핀잔을 들었다.
농수산위의 김동욱의원(신민)은 『굴의 산란기인 5월까지 굴양식지원금이 지급되어야 하므로 이번임시국회에서 무슨일이 있어도 이 문제를 말해야겠다』며 지역구 관련발언을 해서 성급한 태도를 보였고 법조인출신의 허경만의원(신민)은 판사직무수당 인상을, 재미실업가출신인 조규창의원(신민)은 『40만 재미교포의 경제활동을 지원해달라』고 「친정」 지원발언.
5분만에 목이쉬는 의원도
○…초선의원들의 「매너」와 처녀발언등에 대한 선배의원들의 허점은 「양」과 「가」 가 반반.
최영희유정회총무는 『초선의원들이 규율을 엄격하게 지키고 발언내용도 선배들에 손색이 없었다』고 했고 장승태재무위원장과 이종근교체위원장은 『공부를 많이 하고 식견이 높은것 같다』 이종직유정회부총무는『의욕적이고 학습적 태도들을 가졌다』고 높이 평가.
그러나 송원영신민당총무는 『초선의원의 발언중 감흥을 불러일으킨게 없었다』며 『오랜준비와 회의속에서 나온 탁견이어야 감흥을 불러일으킨다』고 탁논부재를 지적. 이도선공화당총무는 『상임위에서 선거유세하듯 고함을 질러 5분만에 목이쉬는 사람이 있다더라』며『탁월한 「스타」가 두각을 나타내지 않는것은 모두가 우수하기 때문인가 보다』고 역설.
최치환의원(민정)은 그 이유를 과잉의욕에 돌리고 『덤빈다고 경륜이 나오는건 아니지 않는가』고 반문했고.
김수한의원(신민)은 『준비없이 즉홍적으로 소리만 지르는 사람이 있는데 당의 체면을 위해 연수계획이라도 마련해야겠다』고 했다.
고재청의원(신민)은 『우리가 처음 국회에 들어왔을 때는 선배들 눈치나 상임위분위기에 신경을 썼는데 10대 들어와서는 의원총화에서 맨앞자리를 차지하거나 벅두부터 나서는 사람도 있다』며 영국에선 초선을「백·벤처」(뒷자리물림)라고 부르지 않느냐고 환기시켰다.
오치성의원(공화)은 『당정협조가 평소에 잘 되어있지 않다는 것인지는 몰라도 여당의원 발언이 많은 것은 기이한 현상』이라고 한마디.
초선의원돌든 그들대로 선배의원에 대해 『상임위운영을 보니 선배들의 방식이 너무 독선적이다』 (한갑수·민정), 『선배들이 너무 기능인이 돼버려 나무는 보고 숲을 못볼까 두렵다』 (정재원·신민), 『총선의 소용돌이를 겪은 초선의 소리도 들어주는 아량이 필요하다』(남재희·공화)는등 부만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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