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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 「대대」가 엉킨 신민당권 경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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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5月 전당대회를 달포 남겨놓고 있는 신민당은 뜨거워지고 있다. 그렇잖아도 버들개지에 물이 오르면서 신민당에는 봄바람이 일기 시작했지만「백두진파동」으로 바람은 열도를 더해가고 있다.
이철승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권파는 당내 유력계파의 하나인 「그랜드」계의 「보스」 고흥문의원을 국회부의장으로 내세워 제휴를 도모하는등 세력확장에 기선을 잡았고, 이에 대해 김영삼 신도환 정해영 이민우씨 등이 도전세력으로 부각됐다.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파벌, 어제는 갑의 계파에 손을 내밀었다가 오늘은 을의 파벌에 한다리를 걸치는 「문어다리」…신민당의 속은 요지경과도 같다.
이합집산 심한 요지경파벌
○… 일본의 집권 자민당은 파벌정치로 유명하다. 파벌의「보스」중에서 당수가 나와 수상을 맡는다.
이러한 자민당에 10개의 파벌이 있다. 그런데 신민당에는 이보다 더 많은 파벌이 있다. 자민당의 파벌을 흔히 「사단」급이라고 하는데 신민당의 그것은 「대대」라고나 할지….
신민당엔 자그마치 11개 계파가 있고 여기에도 속하지 않는 중도 「그룹」이 따로 있다.
최고위원 6명이 저마다 한 부대를 거느렸고 최근 새바람을 일으키면서 이기택 조윤형씨가 각각 독자노선을 선언했다.
계파라야 본인을 포함해 단둘이 모인 정해영계 같은게 있기도 하고, 이기택사무총장은 원외지구당위원장 두어명을 거느렸을 뿐이다. 그래서 계보다운 파벌은 6명의 최고위원이 각각 거느린 부대와 김영삼계 · 화요회등 8개를 꼽을 수 있다.
단위파벌로는 이철승계가 16명선으로 가장 크고 다음은 8, 9명 규모. 이대표계와 고흥문계를 당권파로 치면 25명선이고, 도전세력인 김영삼씨와 반이선언을 한 신도환계, 정해영계등을 합해도 2O명선에 불과해서 원내와 원외지구당위원장의 「머릿수」로서는 이대표세력이 우세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회부의장 경쟁에서 탈락한 이충환 김재광 유치송세력이 어느측에 가담할 것이냐에 따라 판도는 달라질 수 있다.
최근 김영삼 · 이충환씨간에 점심모임이 있었다고 해서 당내일각에서 성급하게 「합작」 하는게 아니냐는 추측을 했으나 이충환계의 김수한의원은 『점심 한끼로 곧 한패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가볍게 일축. 김재광계의 이용희의원은 『백두진파동을 둘러싼 더이상의 당내논쟁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당분간 어느쪽에도 휩쓸리지 않고 사태를 관망하겠다』는 입장표시를 하고있다.
위원장머릿수와 당권향배
○… 전당대회에서 현직의원이나 원외지구당위원장의 숫자가 당권경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시할 수가 없다.
전당대회대의원이 △중앙상무위원 3백명이내 △정무회의가 선출하는 1백명이내 △지구당위원장이 각각 선임하는 5명등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지구당위원장은 자신을 포함하여 6표를 갖는 셈이다.
77개 지구상에서 6명씩이면 4백 명이고 이는 전체대의원의 과반수다.
지구당위윈장이 아닌 현역의원은 단지 자신의 1표만을 행사하게 되어있어 당대회에선 원외지구당위원장보다 영향력이 약하다. 이번에 지구당위원장이 5명씩 대의원을 새로 선임하긴 하더라도 위원장의 「머릿수」가 당권을 틀림없이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74년 8월의 전당대회경우가 한 예.
최형우 황낙주 김동영 문부식씨등 4명의 현역의원밖에 확보하지 못했던 김영삼파가 당권을 잡은데 반해 15명이 넘는 의원과 위원장을 가졌던 이철승씨는 1차 투표결과 경합자중 최하위였다.
이것은 파벌간의 「합종」 「연형」때문이기도 하지만 「조직」보다는 「당외요인」이 더 강하게 작용한「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아직까지 태도가 불투명한 △김재광계 △이충환계 △화요회 △견지동우회와 중도사람들을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당권의 향방이 가늠될 것이고 또 당의 지도체제도 하나의 변수로서 「단일」이냐 「집단」이냐에 따라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김영삼씨 「점심」에 신경전
○… 국회개원파동의 결과 당지도층에 대한 인책공세가 비당권파에 의해 제기됐지만 정무회의 · 의원총회의 소집권한을 쥐고있는 이대표와 송원영총무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비당권파가 노리는 지도층에 대한 인책공세가 불발에 그치고 말 공산이 크다. 그렇지만 파동이 당원들에게 준 충격은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최근 지방을 다녀온 조윤형씨는『지방당원들 중에는 당을 떠나겠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많더라』고 했다. 이기택의원도 『이번 파동을 계기로 신민당이 당내의 비판을 달게받았다』고 말했다.
이같은 비판에 대해 당권파는 그것이 어디까지나 당내 소삭파의 소리에 불과하다고 받아 넘겼다.
그러나 김전총재가 주선했던 비당권파의 한 점심모임(21일)에 박한상· 황낙주· 김동영의원등 직계외에 정주영· 이민우· 박해충· 최형우의원등 4개 계파의 의원들이 참석한 사실은 당권파로서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던 일이다.
모임중간에 박해충· 최형우· 김영배·유한열의원등이 퇴장하기는 했지만 6개 계파사람이 참석한 사실은 간과할 수 없다.
이번 파동을 계기로 계파간 이동도 심해 견지동우회의 황병우의원과 이충환계의 이필선의원등이 친김쪽으로 기울었고, 화요회의 정대철의원이 조윤형씨의 자주구악부로 「계보」을 옮겼다.
반면 화요회의 김원기·김동욱의원이 친이진잉에 정착할 움직임이고 친이파에 가까웠던 이택돈의원은 광화문 대진 「빌딩」5층에 사무실을 따로 차리고「스터디·클럽」을 만들어 소장의원들과 자주 접촉.
이 「클럽」에는 소속이 불투명한 정재원의원과 유한열·이택희·엄영달의원등이 자주 드나들고 있다.
체제에 도전하기 앞서 이대표체제를 무너뜨려야 당도 살고 국민도 살 수 있다는 비당권파의 주장과, 주어진 여건속에서 「단계적 투쟁」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는 당권파의 입장이 전당대회에서 어떤 심만을 받게될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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