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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령 노동인력의 활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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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기능근로자의 채용에서 정년제를 폐지하려는 입법의 추진은 현재 대두하고 있거나 앞으로 더 심각해질 인력난, 특히 기능인력의 부족에 대처하기 위한 처방이 될 수 있다.
이미 7O년대 중반 이후부터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는 기능인력부족현상은 전문가의 분석없이 산술적 개괄만으로도 충분히 예견되는 터인 만큼 인적자원의 활용증대를 미리부터 다각적으로 검토해두는 일은 긴요하다.
노동청이 법제화를 서두르고 있는 기능공 정년폐지는 이미 일부 기능공무원 정년연장구상에서 구체화된 바 있으며 이를 1백명 이상 고용의 대기업으로 대상을 늘리자는 구상인 것 같다. 이런 구상은 지금도 경험하고 있는 청년층 노동력부족이 80년대 이후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고 중고령 근로자나 여성노동력, 나아가서는 신체장애자의 노동력까지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기업의 대부부은 근로자의 정년을 50 ∼55세로 제한하고 있으며, 45세이상의 이른바 중고령층의 채용을 기피하고 있는 것은 가릴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현실은 지금까지의 국내노동시장이 언제나 공급과잉상태에 있었는데다 공업화의 진전을 추구하기 위해 항상 새로운 기술로 장비된 노동력을 요구하는 기업측 사정과 결부된 때문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런 사정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국내 인력자원의 수급전망에서 나타나듯이 노동력의 무제한 공급시대가 서서히 끝나가고 있다. 고용기회의 상대적 증가는 필연적으로 판매자시장의 성격을 부각시켜 나갈 것이다. 노동수급의 양면에서 빚어지는 마찰은 날이 갈수록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게 마련이다.
이런 전환기의 노동정책은 단순한 고용안정의 차원을 넘어 인력의 확보와 활용이라는 동태적 목표 아래서 다룰 필요가 있다. 기능인력정년페지 구상은 이런 점에서 정부가 전향적 자세를 보인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특히 신체장해자 채용문제에서는 그 사회정책적 의의가 자못 크다 하겠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기업에 1차적으로 파급될 생산성의 변화를 어떻게 사회적 비용으로 처리하느냐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를 국가가 주도하는 일종의 사회보험으로 해결하고 있다하나 이런 보험을 우리가 당장 실시하기에는 약간의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문제는 산업간· 업종간 기술혁신이나 생산성의 격차를 어떻게 고용의무화에 반영하느냐가 될 것이다. 이는 주로 기술적문제와 관련되므로 면밀한 사전조사를 거치는 것이 유익할 것이다.
일정규모 이상의 제조업· 광업· 건설업에 우선 국한해서 실시하겠다는 구상은 이런 관점에서 합리적이다.
예견되는 몇가지 문제점에드 불구하고 장애자· 고령자의 고용의무화는 적절한 보상과 유인이 주어지고 개별업종, 기업의 특수성을 살리는 방향에서 단계적으로 확대할 수만 있다면 장기적인 고용안정이나 인력활용 극대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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