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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법원」만들어 보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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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중견법관의 확보, 법관의 처우개선, 그리고 법원의 신의회복등이 사법부가 당면한 문제입니다』-. 이영섭 제7대대법원장(60)은 이런문제들을 하나씩 풀어나가겠다면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법원의 「신의」회복을 말하는 이원장은 『그 기준이 모든 국민이 법원을 믿고 재판의 결과에 승복하는것』이라고 했다.
조용한 몸가짐. 겸손한 미소가 몸에 배어있는 이원장은 행정부관리를 거치지않은 최초의 대법원장.
『어깨가 무거워지고 두려움이 앞섭니다. 법원의 신의회복을위해 노력하겠읍니다. 사법부의 잘못이나시정할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지적해 주십시오. 법원의분위기를 「명랑한 법원」으로 바꿔보겠읍니다.』그의취임소감이다.
-법관의 자세에 대해.
『법관은 사명감이 없으면 일할 수 없읍니다. 일종의 성직자예요. 최근 경제발전과 소비성향이 높아짐에 따라 일부 법관들이 자기 직업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는것 같습니다. 이런 유혹을 뿌리쳐야합니다. 법관은 결코 화려한 직업이 아닙니다.』
대법원판사로 18년간 재직하면서 매일 도시락을 갖고 다닌 그는 『도시락이라도 싸서 다닐수 있는 형편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자족한다.
-최근 중견법관의 이직이 늘고 있는데….
『현재 사법부의 가장 큰 문제가 바로 그것입니다. 법관, 특히 중견법관들이 직위와 호봉에 맞는 대우를 받지못하고 있기 때문이죠. 또 일반 법원직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과 지방간의 순환 근무제를 철저히 실시하여 서울에 중견법관이 몰리는 것을 막고 부장판사 정원도 늘려 침체된 인사에 활력을 불어넣겠읍니다.』
-「사법부의 독립」에 대해 일부에서 논의가 있는데….
『법관은 법률과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재판하도록 헌법이 보장하고 있읍니다. 이 조항을 벗어난다면 사법부를 따로 둘 필요가 없는것 아닙니까. 휴전선이북에 공산집단과 대치하고 있는 긴박한 실정과 경제발전이라는 거족적인 과제를 법관들은 항상 명심해야 될것입니다. 즉 양심에 따라 재판한다는것과 「방종」을 혼동해서는 안될것입니다. 법관들이 국가이익이 어디에 있느냐를 유의한다면「사법부의 독립」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신민법총칙·신민사소송법(상·하)·민법총칙강의·신민법 대의·체계민사소송법등 숱한 저서가 말해주듯 이대법원장은 민사소송의 권위자. 서울지법 부장판사를 지낸뒤 52년 학계에 갔다가 61년9월 대법원판사로 임명돼 다시 법원으로 복귀했다.
이대법원장은 제자·하급판사및 일반직원에게 항상 존대말을 쓰며 방문객은 반드시 사무실을 출입문 또는 대문까지 배웅하는것이 몸에 배어있다.
「무취미가 취미」라는 이대법원장은 매일밤 자정까지 법률서적 또는 역사물을 읽는 것이 유일한 취미. 일요일이면 서울교외의 사찰·왕릉·사적지를 흔히 찾아나선다.
술·담배를 40대에 끊고 항상 『법관은 고독한 직업』이라고 강조하는 이대법원장은 이 때문에 친척·친지들과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만나지 않는다고 했다. 경기고 동기동창으로는 최규하총리·민관식의원·김홍기서울대학병원장등이있고대학동창으로는 박일경교수·주재황대법원 판사등이 있다.
주위에서 박사학위를 얻고 아호도 정하라고 권유해도 『형식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고절했다. 80노모를 극진히 모시고있는 이대법원장은 부인 권태옥여사(57)와의 사이에 장남이기승씨(29·외환은행대리)등 2남3녀가 있다. 서울형사지법 강철구판사는 맏사위이며 임병옥변호사는 매부이고 민인식판사(서울지법영등포지원)는 막내동서다. 경기도양주군남면 출신.<정일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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