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 '요한 수난곡' 전곡 듣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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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립합창단(지휘 이상훈)이 부활절(20일)을 앞두고 바흐의 '요한 수난곡'을 부천과 서울 무대에 올린다.

18일 성 금요일에는 부천 시민회관, 부활절 이튿날인 21일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부천시향과 오르가니스트 김정신의 협연으로 2시간여 걸리는 전 68곡을 들려준다.

'요한 수난곡'은 바흐가 1724년 성 금요일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교회에서 연주할 목적으로 작곡한 종교음악으로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부활을 노래하며, 예수.빌라도.복음서 저자(요한) 등의 독창자가 등장한다.

이번 공연에선 소프라노 김수연, 알토 이현정, 테너 조성환, 바리톤 박흥우.정록기 등이 출연한다. 또 독일에서 구영갑씨가 제작한 신약성서의 요한복음에 묘사된 예수의 수난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재판 광경이다.

다른 복음서보다 유난히 군중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널리 알려진 바흐의'마태 수난곡'(1736)이 조심스럽고도 달콤한 멜로디로 가득 차 있다면 '요한 수난곡'은 격정적이며 사실적이고 극적이다. 독창보다 합창이 드라마를 이끌어간다.

'요한 수난곡'은 '마태 수난곡'과 마찬가지로 원래 성 금요일 미사를 위해 작곡된 교회음악이었지만 요즘엔 일반 음악회 청중을 위한 콘서트의 레퍼토리로 자리잡았다.

국내에선 해마다 부활절이 되면 가톨릭교회 성가대에서 가끔씩 이 곡을 오르간 반주로 연주하는데, 오케스트라 반주로 전문 합창단이 연주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바흐 당시엔 코랄 선율로 된 합창의 가사를 나눠주고 회중과 함께 불렀다. 무대장치나 의상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극음악이어서 청중과의 교감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에선 원어 독일어 가사 대신 나영수(울산시립 합창단 음악감독)씨의 한글 번역가사를 사용했다. 또 재독 오르간 제작자 구영갑씨가 제작한 포지티프 오르간을 빌려온다. 교회 성가대 반주를 위해 사용되는 소형 파이프 오르간이다.

상임지휘자 이상훈(42.성결대 교수)씨는 "내년 부천시향과 함께 말러 교향곡 제 2번 '부활'을 연주하기에 앞서 수난곡을 연주해 보고 싶었다"며 "극적인 면모가 오페라 합창을 즐겨 하는 부천시립합창단의 색깔과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올초부터 오는 2005년 봄까지 바흐 시리즈를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998년 창단된 부천시립합창단은 단원의 60% 이상이 석사학위 소지자. 기량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는 5월 31일엔 부천시향(지휘 임헌정)과 함께 말러의'천인 교향곡'연주에 도전한다.

또 바흐 시리즈는 모테트'예수 나의 기쁨'(9월)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12월)에 이어 내년 '마태수난곡''B단조 미사'로 막을 내린다. 032-655-0012.

한편 서울바하합창단(지휘 김명엽)은 테오도어 뒤보아(1873~1924)의'십자가 위의 일곱 마디 말씀'을 연주한다.

1867년 자신이 지휘자로 봉직하던 파리 생 클로틸데 성당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오케스트라.합창.독창자를 위해 작곡했다가 작곡자 자신이 오르간.팀파니.하프를 위해 편곡했다. 15일 오후 7시30분 영산아트홀. 02-722-9613.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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