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통첩」에 끝내 굴복한 신민선 "48시간 승리"였다는 자위도 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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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한상의원은 『우리는 퇴장할테니 총무와 최고위원, 아니면 총무와 대표가 앉아있을 용의는 있는가』부터 밝히라고 요구했다.
정해영의원은 최고위에 맡기되△여당인사들의 신민당에 대한 모욕적 언사와△국회 원구성 지연에대한 사과를받아낸다는부대조건을붙이라고 수정동의.
뚜렷하게 소신을 밝힌 김영삼전총재는 『공화당에까지 통고해놓은 퇴장당론을 무엇때문에 바꾸는지 납득할수 없다』면서 『그나마우리의 자의로 바꾼다면 몰라도 공화당의 협박에 굴복해 타의로 결정되는 당론에는 복종할수 없다』고 퇴장불변을 선언해 장내가 조용해졌다.
한영수의원은 『체제에 참여해놓고 겉으로만 강경한 위선의 너울을 벗으라』고 강경론자들을 공격하다 황낙주 김동영의원등이 『누가 선명한가 따져보자』며 흥분해 한때 격돌 일보전까지 가는 사태도 있었다.

<초지일관 반발한 김영삼씨>
○…야당이 후퇴하지 않으면 「중대사태」가 빚어질것이라고 엄포를 놓던 여당은 국회공전에 대한 책임문제가 나오고 새로 출범한 간부진의 체면이 거론되기 시작하자 몇가지 후퇴기미를 보였다.
당초 태원선유정회의장같은이는 『퇴장은 고사하고 기권이나 백지투표도 원구성의 「보이코트」로 간주한다』고 큰소리를 치고나왔지만 등원첫날부터 사태가 악화되자 『개인적인 퇴장은 개의치않으나 당론결정에 의한 퇴장은 원구성 거부로밖에 볼수없다』고 일부후퇴.
다시 하루가 지난 16일에 이르러서는 『회의장에서라면 무슨 말이든 크게 문제삼을것은 없지않은가. 다소 독한 소리라도 성명같은것을 통해 신민당이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한후에 본회의 장안에만 들어오라는게 우리입장』(최영철공화당부총무)으로 2보후퇴.
16일 신민당의원총회가 문제처리를 최고위원회에 위임하면서 사과조건을 달았을때 신동식공화당사무총장은 『사과는 「후지」사과정도로 대접해드려야지』『사나이들이 약속한번 하면 화끈하게해야지』라며 「본회의바깥」에서의아량(?)을 보였다.
송총무가 의원총회와 최고회의후 여당쪽에 건너가 「모욕적 발언」으로 『중대사태운운(공화당무회의후 오유방대변인 발표)』『위선자들(박준규당의장서리)』『실탄이 준비됐다(정재호유정회대변인)』등의 여당측 발언을 예시하자 정대변인같은이는『원구성만 순조롭게 이루어진다면 백번이라도 사과할 수 있다』고 했다.

<여는 안도, 신민의원은 허탈>
○…국회공전사태가 결국 신민당의 후퇴로 실마리를 찾게되자 여당은 안도의 빛을 감추지 못한 반면 신민당의원들은 허탈감에 빠진 표정들.
국회공전이 장기화될 경우 심각한 사태가 초래될 것을 우려했던 여당간부들은 신민당이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고 크게 환영했다.
그러나 신민당의 송원영총무는 『신민당이 오늘의 비참한 이 현실을 자학하고 자성하고 있다며『어떻게 해서든지 이 굴레를 벗어나려고 안간힘을쓰고 있는 것』이라고 굴복을 자인.
송총무는 신민당이 퇴장당론을 결정함으로써 유정회소속 백두진의원의 국회의장선출반대뜻을 국민들에게널리 알린다는 성과는 거두었지만 그 성과는 「48시간의 승리」에불과한것이었다고자평했다.
이와는 달리 이철승대표는 이번사태로 신민당이 △백두진국회의장 선출반대의사를 충분히 밝혔고△당론을민주적방법으로 끝까지 여과시킬 수있다는 민주정당의 면모를 과시했으며△당지도층의 현명과 용기를 보여준 계기가 될수있었다고 풀이했다.
김영삼전총재는 상대가 그같은 모욕을 주는데도 따라간다는것은 있을수없는 일이라며 당론이 바뀔수는 있지만 그것은 양심과 자의에 의한 전환이어야지 협바게 의한 것이어서는 안될것이라고 크게 반발했다.
황낙주의원은 『이번 일로 반대의 자유마저 여당의 결재를 맡아야 하는 전례를 남긴데 책임을지라』며 국회는 행정부의 시녀가 되고 신민당은 공화당의 시녀가되도록한 책임을면할수없을것이라고비판.
유정회의 한 원내간부는 이번에 공화당이 심야당무회의를 소집하는등 너무 성급하고 과격하게 대처함으로써 야당을 오히려 자극한 것같다고 자성론을 폈고 신민당의 원내간부는 이번 후퇴로 여당이 야당의 의사표시방법조차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됐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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