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진추첨 끼어도 입북 불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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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4차에 걸쳐 통산12시간30분 동안 진행되었던 남·북한 탁구협회 회의는 재회의 약속은 물론 아무런 결론 없이 끝나고 말았다.
이같이 남은 것도 또 얻은 것도 없는 남북탁구 단일「팀」회의에서 과연 앞으로 한국「팀」이 국제 탁구연맹의 해석과 같이 평양 세계 탁구선수권 대회에 출전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 숙제이다.
회의에 임한 북한대표들의 정신과 자세를 보면, 한국 측이 국제연맹에 가입된 회원국으로서 기득권을 이야기하자『채 선생, 그 기득권이란거 얻어 뭣에 쓰겠다는 거요. 집에 가서 액자에 넣어 걸어 두려고 하오?』라고 했고 기득권과 단일「팀」구성문제는 필연적인 관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하자 『좋소. 관계가 있긴 하오. 그런데 어떤 관계냐 하면 상반되는 관계올씨다』라는 등 시종 키들거리거나 빈정대는 투였다. 그들과의 대화는 참으로 부질없는 일인 것 같이 느껴졌다.
이것은 북한측의 대 원칙이「한국선수단 입북봉쇄」였다는 것을 입증해주고 있다. 4월15일은 김일성의 생일.
대회를 유치한 의도가 정치적으로 제약된 상황이므로 단일「팀」을 운위하며 회의를 제안한 것은 최근의「남북 변칙대좌」에 대한 세계의 주목을 흐리게 할 속셈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측에서「기득권 선 보장」을 요구한 것은『기정사실을 확인하자』는 것이며 『북한측이 진정으로 남북 혼성의 단일「팀」을 바라는가를 알고자』하는 현실적인 선결문제였다.
평양 세계 탁구대회는 14일과 15일에 대회 대진추첨이 있다.
한국을 이 추첨에서 북한이 제의할 것인가 여부가 주목된다.
그러나 한국을 대진에 넣더라도 평양행「비자」를 발급할 것인가는 역시 별개문제로 남는다.
또「비자」를 발급하더라도 실제 한국선수단의 입북은 보장되지 않는다.
지난75년「캘커타」에서의 제23회 대회 때 인도정부는「이스라엘」선수단에 대해「비자」까지 발급했으나「신변의 안전보장」을 거부, 결국「이스라엘」선수단은「캘커타」공항까지 갔다가 되돌아가야만 했다.
국제 탁구연맹은『한국 선수단의 출전가능』을 수차 확인했으나 이것은 원칙의 천명일 뿐 또 한번 개최국의 정치적 농간을 속수무책으로 방관하지나 않을지 염려된다.【박군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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