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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의 횡포' 롯데홈쇼핑 10명 기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말단 상품기획자(MD)에서 대표이사(CEO)까지-. 돈 받는 데는 상사와 부하 직원 간에 차이가 없었다. 롯데홈쇼핑 전·현직 임직원 10명이 납품업체에서 뒷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밝혀진 리베이트 규모만 16억3131만원. 지난해 매출 2조5822억원에 연 13조원대 홈쇼핑 시장 점유율 3위 업체 간부들이 벌인 갑(甲)의 횡포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서영민)는 23일 회사 돈 3억원 횡령 및 납품업체에서 1억3300만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신헌(60) 전 롯데백화점 사장을 구속기소했다. 그는 롯데홈쇼핑·백화점 사장으로 있던 2008년 5월부터 최근 사이 방송 편성과 관련해 납품업체로부터 7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다. 또 롯데백화점 입·퇴점, 특판 참여 등 업체로부터도 4300만원의 뒷돈을 받았다. 상품 카탈로그업체로부터 수주 청탁과 함께 2000만원 상당의 이왈종 화백 그림도 받았다고 한다. 구속 기소된 김모(50) 고객지원부문장은 신 전 사장에게 매달 500만원씩을 상납했다. 사옥 인테리어 공사대금 6억5000여만원을 횡령해 만든 비자금이 재원이었다.

 뒷돈 뜯는 수법도 기상천외했다. 모두 9억여원을 챙긴 이모(49) 전 생활부문장은 이혼한 전처의 생활비로 매달 300만원씩을 납품업체 한 곳에 대납시키고 늦으면 독촉전화를 걸었다. 하모(49) 전 수석 MD는 주식투자에서 손실이 발생하자 납품업체에 고가 환매를 요구해 4000만원을 돌려받고, 방송게스트 요리사에게 TV 출연 대가로 153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전 MD 정모(43)씨는 아버지의 도박빚 1억5000만원을 납품업체에서 받았다. 한편 검찰은 이들 10명 외에 중간유통(벤더)업체, 영세납품업체 대표 14명도 재판에 넘겼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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