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 대신할 청소·배식 봉사 … 단체장들, 변화의 메시지 담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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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새벽 청소, 퇴근시간 후 야외 행사, 독도에서 태권도 시범….

 다음 달 1일 임기를 시작하는 자치단체장들이 다양한 형식의 취임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시민이 참가할 수 있도록 퇴근 시간 이후 개방된 장소에서 행사를 하거나 아예 취임식을 없애고 새벽 청소 등 봉사활동으로 임기 첫날을 시작하는 단체장도 있다. 실내체육관이나 대형 공연장에서 지역 유지를 초청해 취임식을 하던 것과 다른 양상이다.

 권영진(52) 대구시장 당선자는 이날 오후 7시 두류동 코오롱야외음악당에서 취임식을 한다. 취임사 시간 45분 중 10분만 연설하고 나머지는 시민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시정 구상을 밝힐 예정이다. 이어 시청 공무원 300여 명이 무대에서 참석자들에게 큰절을 한다. 대구시장 취임준비위원회 김태한 공보실장은 “시민을 섬기는 행정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김기현(55) 울산시장 당선자는 이날 취임식 대신 울산노인복지회관에서 배식을 한 뒤 복지회관의 노인·자원봉사자와 함께 점심을 먹는다. 오후에는 시청에서 시정 발전 토론회를 연다.

 김관용(72) 경북도지사는 취임행사 장소로 독도를 택했다. 태권도복 차림으로 도민 20여 명과 태권도 격파시범을 보인다. 독도를 관할하는 도지사로서 일본의 독도 영유권 망언을 규탄하고 우리 영토임을 내외에 알리겠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태권도 공인 3단이다.

 현장을 챙기는 스타일도 눈에 띈다. 이환주(54) 전북 남원시장은 환경미화원들과 새벽 청소를 한 뒤 직원들과 월례조회를 하는 것으로 취임 행사를 대신한다. 점심시간에는 노인복지관에서 배식봉사를 할 예정이다. 이필용(53) 충북 음성군수는 공무원들과 음성 읍내에서 쓰레기를 줍고 장애인복지관을 방문한다.

 형식보다 업무에 무게를 두는 단체장도 있다. 최수일(62) 경북 울릉군수는 취임식을 하지 않고 기자간담회를 열어 군정 방침을 알리기로 했다. 원희룡(50) 제주도지사 당선자는 취임식을 여는 것이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생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조충훈(60) 전남 순천시장은 취임식 대신 ‘도시재생 시민한마당 행사’를 연다. 도시재생(원도심 활성화)은 조 시장의 역점시책으로 이날 축하공연 등이 열린다.

 충남대 최진혁(55·차지행정) 교수는 “다양한 취임식은 주민에게 변화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단체장이 봉사자라는 점을 명심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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