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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스펀드, 미워도 다시 한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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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1.19% vs 17.11%.

 펀드평가사 제로인이 집계한 북미펀드와 브라질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이다. 올 초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날개를 달았던 북미와 날개가 꺾였던 브라질의 입장이 뒤바뀐 것이다. 비단 이들 국가만의 얘기가 아니다. 유럽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4.06%에 불과한 반면 러시아와 인도펀드는 각각 16.91%, 15.13%를 기록했다. 선진국과 신흥국의 입장이 바뀐 건 지난 3월 이후다. 여기에 최근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취임하고 브라질 월드컵이 개막하면서 신흥국 4인방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국가는 월드컵이 한창인 브라질이다. 월드컵 덕에 브라질 증시는 3월을 저점으로 반등했다. 하지만 하반기 투자 기상도는 그다지 밝지 못하다.

 2008년 이후 경상수지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주요 수출국인 중국과 중남미 경기가 부진하면서 브라질 수출의 60%를 차지하는 원자재 수요가 줄었다. 인플레이션도 문제다. 현재 브라질의 물가상승률은 6% 수준으로,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가뭄으로 올 농산물 수급이 여의치 않다. 이지연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올 10월 대통령 선거까지 예정돼 있어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러시아 증시는 롤러코스터와 비교되곤 한다.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고 있어서다. 브라질에 월드컵 특수가 있었다면 지난해 하반기 러시아엔 겨울올림픽 특수가 있었다. 하지만 올 들어 우크라이나 사태가 불거지면서 시장은 급락했다. 크림반도가 러시아에 편입하면서 미국·유럽 등 서구 선진국과의 정치·경제적 갈등이 불거진 것이다. 그러던 게 지난달 이후 다시 급등세로 돌아섰다. 3월 이후 신흥국 회복 기류에서 러시아만 소외돼 있었던 데다 러시아 증시 가격이 역사적 저점 수준에 와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러시아는 올 하반기 맑을 수도, 흐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 측면에서도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지난해 4분기 경상수지가 흑자로 전환한 데 이어 올 1분기엔 흑자 폭도 커졌다. 외환보유액 역시 4500억 달러 수준으로 다른 신흥국에 비해 넉넉한 편이다. 하지만 6% 수준인 물가상승률과 이로 인해 7.5%까지 오른 기준금리는 부담이다. 윤정선 현대증권 연구원은 “러시아 경제와 증시는 우크라이나 사태 향방에 달렸다”고 진단했다.

 중국 시장의 키를 쥐고 있는 건 리커창 총리다. 그는 최근 올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7.5%로 제시하며 달성을 자신했다. 사실 경제지표로만 보면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 1월부터 5개월간의 부동산 판매 면적은 전년 대비 7.8% 감소했다. 5월 수출 실적은 증가한 반면 수입은 감소해 상대적으로 내수가 부진한 상황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같은 경제지표들이 중국 시장이 ‘차차 맑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게 하는 증거다. 민병규 동양증권 연구원은 “올 4월 이후 시행해온 미니 부양책에도 회복세가 부진한 상황에서 리커창 총리가 7.5% 성장을 이루겠다고 장담한 것은 이를 위해 정책을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는 의미”라고 “정부의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도 경제는 브릭스 4개국 중 가장 맑을 전망이다. 지난해 벤 버냉키 전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양적완화를 언급했던 버냉키 쇼크 당시 가장 큰 타격을 입었지만 정작 올 초 양적완화가 시작되자 신흥국 중 가장 안정세를 보인 국가가 인도다. 여기에 최근 총선에서 친시장 성향의 모디 총리가 당선해 신흥국 시장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윤정선 연구원은 “여전히 경상수지가 적자 상태이고 경제성장률 역시 2010년 이후 하락세지만 브릭스 4개국 중 유일하게 분기 성장률이 상승하고 있다”며 “모디 총리의 경제개혁이 본격화되면 시장을 추가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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