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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 리포트] 사우디 소녀 만나고 타이완박물관 구경…책으로 떠나는 여행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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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도서전이 18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습니다. ‘책으로 만나는 세상, 책으로 꿈꾸는 미래’를 주제로 열린 도서전에는 세계 주요 23개국, 369개의 출판사가 참여해 인문·사회·과학·문학·예술·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소개했어요. 아직 한국에 들어오지 않은 외국의 책들도 흔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과 수교 40주년을 맞은 주빈국 오만, ‘컬쳐 포커스’ 국가로 선정된 이탈리아 작가와 만날 수 있는 자리까지.

다른 나라의 문화를 살펴볼 수 있었던 서울국제도서전에 박다영(서울 수색초 5) 학생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박다영 학생기자가 책을 통해 만난 4개국, 오만·사우디아라비아·대만·캐나다를 소개합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오만 책 『오만에서 중국까지 신드바드의 모험』 사우디아라비아 책 『The Stories of Ammouna』 영어판과 아랍어판 타이완 책 『The Gift』, 캐나다 책 『Northern Lights』.

오만이라는 나라는 다소 생소하다. 박다영 학생기자는 “이번 도서전의 주빈국이 오만이라는 말을 듣고 오만에 대해 처음 알아보게 됐다”라고 말했다. 주빈국관에 들어서자 길고 흰 원피스 같은 옷를 입은 오만 사람들이 방문객을 맞이했다. 남자들은 모두 이 옷을 입었는데, 이는 무슬림이 입는 의상으로 ‘싸웁’이라고 한다. 오만관은 책과 함께 오만 작가의 그림, 오만의 고유 의상 등을 전시했다. 압둘무님 만수르 사이드 알하사니 오만 정보부 장관은 박다영 학생기자에게 말린 대추야자와 오만 커피를 권했다. 그는 “오만 사람들은 말린 대추야자를 간식으로 많이 먹습니다. 대추야자와 커피를 대접하는 것은 귀한 손님을 맞이하는 오만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또 유향을 선물하며 “오만의 특산품입니다. 우리는 손님을 맞이할 때 유향을 피우죠. 향이 손님의 옷에 배면 행운도 함께 든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오만관은 다른 나라에 비해 책이 많지 않았다. 대한출판협회 기획홍보부 김인기 부장은 “중동은 출판업계가 크게 발달하지 않아 책이 많지 않다. 오만 출신의 작가도 손에 꼽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한국과의 교류로 한국의 시인 조오현의 ‘아득한 성자’가 번역돼 오만에 알려져 있었다. 반대로 우리가 알고 있는 오만의 이야기도 있었다. 비록 그동안은 이 이야기가 오만의 이야기인 줄 몰랐지만 말이다. 바로 ‘신밧드의 모험’이다. 우리에게는 놀이기구 이름으로도 친숙한 ‘신밧드의 모험’은 오만에서 전해지는 옛 이야기다. 전 세계 바다를 항해하고 많은 나라를 방문하는 모험 이야기로 천일야화에도 기록돼 있다.

국제도서전에 방문한 사람들이 사우디아라비아관을 구경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중간에 있는 아라비아 반도를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오만의 바로 옆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서울 국제도서전에서도 오만관 옆에 자리 잡았다. 사우디는 이슬람교에서도 정통을 따르는 수니파가 90%를 차지한 국가로 이슬람 국가 중에서도 보수적인 편이다. 사우디아라비아관 참가자들도 오만과 같이 모두 전통 옷을 입고 있었다. 남자들은 ‘싸웁’을 입고 머리에 ‘구트라’를 둘렀다. 구트라는 하얀색 바탕에 빨간 체크무늬 천으로 뜨거운 햇볕에서 머리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사우디는 사막이 많기 때문에 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옷이 필요하다. 사우디아라비아관에서 만난 사우디 대학생 아르마드는 책 『이슬람교가 태어난 석유왕국(글 최영길, 그림 경연미)』을 보여 주며 “사우디의 지리·문화·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보여준 책”이라고 설명했다.

사우디는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인 만큼 여자들의 활동에 제약이 많다. 그는 “여자들이 지켜야 할 규칙들이 많다. 열 다섯 살이 넘으면 혼자 집밖에 다니지 못하고, 스무 살이 넘으면 니캅을 써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8살 사우디 소녀의 생활을 그린 책 하나를 추천했다. 『암무나의 이야기들(The stories of Ammouna)』이다. 이 책은 사우디에 사는 소녀가 학교·동물원에 가서 벌어진 일, 쇼핑 이야기, 오빠와의 사건 등 일상 생활을 담고 있어 사우디아라비아 소녀들의 생각과 생활을 살펴보기 좋다. 한국어로 번역되진 않았지만 영어로 쓰인 책은 있다. 책은 킹 압둘라지즈(King Abdulaziz) 도서관(www.kapl.org.sa)에서 찾아볼 수 있다.

타이완은 매년 국제도서전을 열고 있다. 올해는 지난 2월 타이베이 국제무역센터에서 열렸다. 타이베이 국제도서전은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볼로냐 아동도서전, 북엑스포아메리카(BEA) 다음으로 큰 도서전으로 꼽힌다. 매년 크게 도서전을 여는 만큼 책에 대한 애정도 크다. 서울국제도서전에 가져온 책도 다양하다.

타이베이도서전재단(Taipei Book Fair Foundation)에서 프로젝트 기획을 담당하는 미셀 투는 “타이완엔 아름다운 도서들이 많다”면서 페이지 츄(Page Tsou)가 그린 책 『The Gift』를 소중 독자에게 추천했다. 페이지 츄는 2011년 볼로냐 아동도서전이 선정한 일러스트레이터이기도 하다. 박물관이 재미없고 지루한 아들에게 아빠가 특별한 박물관 티켓을 선물하면서 일어나는 일을 책에 그렸다. 타이완박물관과 일러스트레이터가 함께한 프로젝트로 홈페이지(www.TFAM.museum)에서 살 수 있다. 중국어를 모르더라도 아름다운 일러스트를 따라가며 주인공과 함께 특별한 박물관 여행을 할 수 있다.

미셀 투 기획 담당자는 중학생들을 위한 만화책도 함께 소개했다. 『Taipei 80 X Hongkong 90』은 1980년대의 타이베이와 1990년대의 홍콩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만화로 그린 책이다. 영어와 타이완어로만 쓰여 있지만 그림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1990년대 홍콩 사람이 1980년대 타이완으로 가서 겪는 이야기들 그린 부분도 재미있다. 홍콩에서는 밀크티를, 타이베이에서는 두유를 아침에 마신다는 것을 에피소드를 통해 알 수 있다.

캐나다에는 다양한 원주민들이 살고 있다. 원주민은 유럽인들이 이주해오기 전부터 북미에서 살던 민족을 말하는데 2006년 캐나다 인구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3.8% 정도다. 그중 한 부족이 이누이트다. 이누이트는 북극해 연안에 주로 살며, 에스키모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강혜신 주한 캐나다대사관 상무관은 “캐나다에는 재미있는 원주민들의 이야기가 많다”고 말했다. 수많은 이야기들이 원주민 사이에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것을 아쉬워한 작가 마이클 알바루크 쿠수각은 이를 남기기 위해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마이클은 이누이트 출신으로, 어릴 때부터 이누이트의 구전 동화를 들으며 자랐다. 그는 할머니가 들려준 이야기 중에서 모티브를 따 동화책 『Northern Lights(The Soccoer Trails)』를 썼다. 이 책은 주인공 카타우작이 엄마를 잃고 슬퍼하자 할머니가 “엄마는 늘 너를 보고 있다”며 “죽은 영혼이 축구를 하는 모습이 바로 오로라”라고 얘기해준다는 내용이다. 강 상무관은 원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동화 외에도 캐나다의 유명 동화작가 진 리틀(Jean Little)과 로버트 문세(Robert Munsch)의 책도 추천했다. 그는 “진 리틀의 책은 시처럼 아름답다. 그녀는 앞이 보이지 않지만 오히려 더 밝고 아름다운 동화를 써 희망을 준다”고 설명했다.

글=박인혜 기자 , 동행 취재=박다영 학생기자,
사진=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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