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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회교공화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이란」의 정치소요는 왕제의 붕괴와 회교임정의 정권장악으로 일단 낙착되었다. 이 정변은 「이란」 자체뿐 아니라 중동과 「페르샤」만 전역의 국제경치와 관련해서도 중대한 사태변화라 아니할 수 없다. 「이란」의 국내정치는 앞으로 반 「팔레비」 세력 내부의 동향여하에 따라 그 안정도가 좌우될 듯하다.
현재 사태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은 분명 「호메이니」-「바자르간」파의 회교혁명평의회와 그 임시정부 조직이다. 그리고 중도좌파인 세속 정치세력과 공산주의자들도 우선은 회교혁명지지를 표명하는 선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이 이질적인 세력들은 언젠가는 다시 분열하여 혼란을 장기화 할 가능성이 적지 않고, 그 혼란에 대해 군부가 과연 끝까지 중립을 지킬 것이냐는 아직은 미지수다.
「이란」의 회교공화정은 내치와 외교에 있어 민족주의적 색채를 강하게 띄어나갈 것 같으며 이것은 미국의 중동·「페르샤」만 전략에 상당한 장애요소로 작용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와 「대소전략」을 둘러싼 미국의 중간·「페르샤」만 전략은 「워싱턴」-「테헤란」-「리아드」 추축과, 「워싱턴」-「카이로」-「텔아비브」 추축의 두 기둥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
이 전략구조를 군사작전상의 한 「계극」으로 보강하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닌 「대통령 지시각서 NO 18」이란 것이다.
육군 2개사, 해병대 l개사, 1개의 비행중대, 공모 1척으로 구성되는 「기동타격부대」를 서방측 중동이권보호의 「힘」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작전계획은 「시나이」 반도의 4개의 골주로와 「이란」에 있는 여섯 군데의 군사기지가 튼튼하게 유지돼야 함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이란」 외교의 중도좌선회는 미국과 현지 친서방국들의 대소방위전략과 현상유지노력에 적잖은 불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
소련은 이미 공식적으로는 회교혁명을 지지하고 있으면서, 이면에서는 「이란」의 「투데」당(공산당)을 통해 활발한 정보활동과 세력부유을 전개하고 있다 한다. 이 이면공작은 「이란」을 「핀란드」식의 친소적 중립국가로 만들어 「페르샤」만으로부터 미국세를 제거하자는데 그 목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여기에 만약 「사우디 아라비아」와 기타 토후국들마저 「이란」의 왕정붕괴에 영향받아 동요한다면 미국의 입장은 더욱 더 악화될 우려가 생겨난다.
이런 우려성을 감안할 때 미국은「이란」의 민족주의적 공화파가 최소한 친소화 되지는 않게끔 그들과도 일정한 거리에서나마 과히 나쁘지 않은 관계를 유지할 수는 있어야 하겠다.
「이란」의 회교공화파는 「민족주의적」임을 자처하며 결코 「공산주의적」으로 좌선회 하진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그들의 종교인 회교와 「마르크스」주의는 도저히 서로 용납될 수 없는 사이다.
이점에서 미국과 「이란」 공화정모는 한·일을 포함한 자유세계와 「이란」 공화정은 반드시 서로 불변한 관계에 들어가리라고 피차 미리부터 체념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우리는「이란」의 새 정권이 하루빨리 이성적인 분위기를 정착시켜 책임있는 공권력으로서의 개방적인 대외인식과 합리적 외교감각을 갖기 바란다. 현대의 민족주의는 지난날과 같은 감정적 배외주의나 폐쇄주의만 가지곤 도저히 「네이션·빌딩」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서방각국 또한 보다 세련된 발충을 가지고서 전략지구의 정치변동에 실수 없이 대응하는 길을 모색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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