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8)여자 택시운전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13년째 「핸들」을 잡고있는 여자 「택시」운전사 조용임양(36)은 남자와 겨룰 수 있는 직업이어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여고 졸업후 「타이피스트」로 취직했으나 곧 그만두고 운전을 배웠다. 직장의 「노리개」같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스타」가 되려다 운전사가 된 김진수양(37). 학교를 나와 창극을 한다고 5년동안 악단따라 전국을 돌아다녔으나『남는 것은 빈 화장통뿐』이라는 생각이 들어 운전을 배웠다.
운전일로 자립하고 보니 「탤런트」가 부럽지 않다고 말한다.
김용숙양(25)은 S여대출신 학사운전사다. 「마이카·붐」에 우연히 운전기술을 배운 것이 「핸들」을 잡게된 계기가 되었다.

<학력 높고 자립심 강해>
처음에는 학교동창들을 태울 때면 부끄러운 생각도 들었지만 이젠 운전을 배우도록 권하고 있다.
월수 20만원 중 용돈을 빼고 모두 적금을 들어 벌써 5백만원을 모았다.
남임순씨(40)는 주부운전사. 중3년짜리 딸과 국교6년생 아들을 둔 어머니.
남편도 자가용 운전사다. 결혼 17년인데도 셋방살이를 벗어나지 못해 맞벌이를 나섰다.
여자운전사는 자립심이 강하다. 학력도 높다. 서울시내 여자운전사 80%가 고졸, 10%는 대졸의 학사다. 나머지 10%도 모두 중졸이상이다. 운전일을 하기 전에는 회사원으로 일했고 월급이 너무 적어 직장을 그만뒀다.
서울시내 여자 「택시」운전사 친목단체인 개인「택시」여성회(회장 간용분씨·45)에 따르면 여자운전사는 30대가 가장 많다. 경제적 자립을 위해 운전을 하기 때문이다. 부부운전사가 서울시내만도 3백여 명이나 된다.
30대는 서울시내 여자운전사의 90%(30∼35세가 60%, 36방∼40세가 30%).
41∼45세가 5%이며 20대도 5%, 25세 이하는 1%밖에 되지 않는다.

<「핸들부부」만 3백명>
여자운전사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68년「코로나·택시」가 등장하고부터. 「택시」는 늘고 운전사가 모자라 여자들에게도 일자리를 주었다는 것이다.
그때 서울에 13명뿐이던 여자운전사가 이제는 l천명으로 늘었다. 서울시내 전체 「택시」 취업운전사(일반 및 개인)의 3%가 안되는 숫자지만 앞으로 여자운전사는 계속 늘 것으로 예상. 여자운전사는 모두「택시」(경우에 따라 자가용 운전사도 있으나 드물다)를 몰며 이중 70%선인 7백2명이 개인 「택시」를 몰고 있다.
이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혼기를 놓친 것. 운전일에 바쁘다보니 상대를 찾기가 힘들었다. 운전사에 대한 그릇된 인식 때문에 「이해하는 남자」가 나설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는 여자운전사들이 많다.
여자운전사들은 술취한 승객들이 농을 지나치게 하거나 심할 경우 집적대기까지 해 울화통이 터질 때가 있다.
이때문에 밤11시 이후에는 될수록 운전을 않고 승객 한명을 태우고 변두리나 장거리 운행을 삼간다.
3년전 파주에서 여자「택시」운전사 살해 강도사건이 있었다.
76년8월11일 여자「택시」운전사 권경자씨(당시45·서울도봉구)가 경기도 구천군 포천면 해룡마을 뒷산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권씨는 서울 도봉구 미아동 대지극장 앞에서 태운 장거리(동두천) 손님 2명에게 피샅된 것이다.

<대부분이 호신술 익혀>
범인은 「택시」강도 전과자.
같은해 5월 파주에서 여자운전사 조희자씨(40)도 같은 수법으로 살해됐다.
이사건의 충격으로 대부분의 여자운전사들이 장거리 손님을 태우지 않는다.
그래도 마음이 편치 않아 호신술을 배웠다.
틈틈이 배운 태권도로 초단실력을 가진 사람도 있다.
여자운전사들은 대부분 호신술을 익힌다. 개인 「택지」여성회 회원중 1백여명이 합기도·태권도 유단자다.
개인「택시」여성회는 회원들이 좀더 많아지면 회관을 세워 틈 나는대로 자봉틀을 돌리는등 「여자의 일」을 함께 할 계획이다.
지난해 연말에는 불우이웃돕기 성금 11만여원을 모았고 장학기금을 마련키 위해 회원1인당 매월 2천원씩을 거두고 있다.
승객이나 교통경찰이 좀더 따뜻하고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이 여자운전사들의 소망이다.<최돈오·이충근기자><끝>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