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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y, 과연 꿈의 전자파일까?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 생체친화형 테라헤르츠파 치료기 가상도 (한국전기연구원 제공)

#서기 2030년. 중년인 김씨는 암에 걸렸다. 하지만 걱정은 없다. 일주일에 한번 병원에 가서 1시간정도 고출력 테라헤르츠파를 이용한 간단한 암 치료를 하면서다. 힘들지는 않다. 의료용 소파에 앉아 있으면 암에 걸린 부위에 따뜻한 느낌만 있을 뿐이다. 김씨는 고통이나 부작용 없이도 암을 완치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한국전기연구원 자료 중)

지난해 한국전기연구원은 보건의 날을 맞아『미래 유망 8대 암치료 전기기술』을 발표했다. 응용기술별 기술성, 시장성, 공공성을 고려해 4대 핵심 기술로 ▲펄스파워 치료기술 ▲전기동역학 치료기술 ▲전자기파 치료기술 ▲광역동 치료기술을 선별했다. 이 중 ‘생체친화형 테라헤르츠파 치료기’는 국내 사망원인 1위인 암을 ‘고통 없이’ ‘안전 하게’ 치료할 수 있는 방법으로 소개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 테라헤르츠 전자파에 의해 유도된 염증세포 영상화 사진 (카이스트 제공)

그러나 최근 이 테라헤르츠파를 쏘인 쥐의 피부에서 염증 세포의 수가 최대 6배 이상 증가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테라헤르츠파는 이미 공항 검색대나 식품 이물질 검사 등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는데다, 이를 활용한 의료 영상기기 연구도 한창이라 관련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과연 테라헤르츠파는 ‘꿈의 전자파’인 걸까?

테라헤르츠파는 가시광선과 전자파의 중간에 해당하는 빛의 영역이다. 이 영역을 활용할 수 있는 광원이 부족해서 다른 전자기파에 비해 사용이 덜됐다. 그래서 THz 갭(Gap)이라 불리기도 했고, 연구 영역에 따라 ‘원적외선’, ‘극초단파’ 등 다양한 이름이 붙었다.

테라헤르츠파는 X-ray처럼 물체를 관통해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X-ray와 비교해 T-ray로 불리기도 한다. 보지 않아도 어떤 성분인지마저 자동 성분 분석 기능으로 파악이 가능하다. 물질마다 테라헤르츠 전파 중 특정 전파를 흡수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

최근 한국식품연구원은 테라헤르츠를 이용해 식품을 투과할 때의 식품 내부 이물질의 굴절률 및 흡수율에 의한 세기 변화를 영상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최대 1mm 크기의 이물질도 검출할 수 있다. 기존에 금속검출기나 방사선검사기에서 보이지 않던 벌레, 머리카락 등 연성 이물질도 찍힌다. 테라헤르츠를 이용해 식품이물질 검사 외에도 우편물이나 택배 포장 내 마약이나 폭약과 같은 유해 화학물, 플라스틱이나 금속 재질의 균열 확인, 통신망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테라헤르츠가 ‘꿈의 전자파’로 불리는 이유다.

▲ 식품 속 이물질 검출 방법 비교. 기존에 x-ray 검출 방법에서 나타나지 않은 벌레가 테라헤르츠파 이용 검출에서는 확연히 드러난다

또 다른 특징은 물이나 산소 등의 매질에 쉽게 흡수된다는 것. 나뭇잎을 으깨지 않고 수분량이나 조직 밀도를 측정할 수 있고, 화상 깊이를 간단하게 알 수도 있다. 또, 이러한 성질을 이용해 암세포와 같은 비정상세포와 정상세포의 구분이나 치료가 가능하다. X-ray와 달리 저에너지로 세포조직에 피해를 주지 않아 안전성도 담보된다.

정확하지 않았던 암의 조기 발견도 가능해지고, 분자간의 결합도 파악이 가능해 의학이나 의공학계는 물론 단백질의 분석과 약품의 효과를 검증해야 하는 생화학, 약학 분야에서도 테라헤르츠는 관심의 대상이 됐다. 실제 2000년대 초반 영국 테라뷰(Teraview)사는 테라헤르츠파를 이용한 암진단기를 상용화했고, 영국의 대형 병원과 손을 맞잡고 테라헤르츠파의 효과에 대한 임상 실험을 진행 중이다.

한국전기연구원 첨단의료기기연구센터 관계자는 “암 세포 유전체가 가지고 있는 유전상수값이 정상조직과 달라 반사되는 신호의 세기가 다르고, 수분 함량이 정상 세포보다 많아 영상화도 가능하다”며 “ 암세포가 정상 세포보다 낮은 온도(43.5도)에서 죽기 때문에 국소적인 에너지 전달로 암세포를 타깃 치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꿈의 전자파’라 불리는 테라헤르츠파가 생체에 해로울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지면서 관련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김필한 KAIST 나노과학기술대학원 교수와 정영욱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공동연구진은 테라헤르츠파가 동물의 피부조직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현상을 관찰한 것.

연구진은 고출력 테라헤르츠파를 생쥐의 피부에 30분간 쪼이고, 같은 쥐를 대상으로 6시간 후 피부조직 검사를 실시했다. 그러자 피부 조직에서 정상 조직의 차이는 없었지만, 염증세포의 수는 6배 가량 늘었다. 김 교수는 “염증세포는 일반 조직처럼 항상 몸에 있는 것으로 없는게 새로 생긴 것은 아니지만, 수는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가 낮아서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고출력 환경에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실험에 사용된 테라헤르츠는 일반 의료, 보안 등 산업 분야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1만배~10만배 가량 높은 고출력이었다. 연구팀은 이 출력을 낮춰가며 추가로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 교수는 “X-ray가 처음 나왔을 때 많은 실험을 거쳐 유해성을 판단한 만큼, 테라헤르츠의 안정성을 확신하지 말고 차분히 검증 작업을 벌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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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life@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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