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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물가,안정될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상태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읍니까.『매우 우려할 정도로 안정이흐트러져 있다고 봅니다』
작년말 경제정책 총수자리에앉은 신현확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은 취임후 처음 기자들과만났을때 물가고와 수급불안이 매우 심각한 지경에 빠졌음을 시인했다.
신부총리는 성장은 조절할수있지만 안정은 한번 파괴되면회복하기가 어렵다면서 앞으로경제정잭의 초점을 안정기조정착에 두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그는『각오가 서있으니 참고 지켜보아달라』고 했다.
경제경책을 책임진 장관이 이처럼 솔직한 진단을 표명한것도 처음이라서 어느면에선 다행스럽지만 그만큼 안정문제가시급하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뒤늦게나마 안정기반없인 성장은 지속할수도 없고 자칫하면성장자체가 무너져버릴지도 모른다는 것을 실감한 것일까.
작년도에 16.4%(소비자)의 고물가 희생을 치르고서 터득한 값비싼 교훈이다.
신부총리를 정점으로한 신경제각료「팀」은 신년사에서 안정회복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과연 장담하는대로 올해 물가는 고삐가 잡히고 민생은 안정될 것인가.
정부는 올해 물가억제목표를도매10%,소비자 12%로 잡아놓고 있다.
12%라면 이제껏 정부의 물가지표중 가장 높은것이다. 좋게보아 솔직하다고 평가할수 있겠지만 그만큼 어둡다는 얘기다.
작년에는 억제목표가 10%였었다.그것이 16.4%로 치솟았다.
이지수자체에도 현실 생활물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일반의 비판이 따르고 있긴하나 어쨌든 식료품가격이 19.5%, 식료품이의의 품목이 13.5%상승한것으로 되어있다.
그중에도 고추 한품목이 전체물가상승율의 약5분의1의 몫 ▶(3,3%포인트)을 차지했다(그다음이 쌀1.6%포인트). 식료품가격의 폭등여파로 올해물가정책의 목표와 수단은 거의 식료품가격안정에 집중되고있다.
그러나 올해의 물가복병은 농산품보다는 공산품쪽에 있다.『석유류가격의 인상과 국제 원자재가격상승, 그리고 노임의 상승으로 공산품의 가격현실화 역력은 피할길이 없다』고 우려하는 기획원물가국의한 과장의 얼굴은 침울하기만 했다.
『전공산품이 인상요인을 안고있다. 급하고 덜급한것의 차이만있을뿐 모두 올려달라는 요구뿐이다』라고 그는 고백하고있다.
공산품쪽이 더큰 문제라고 보는 견해는 경제단체나 학계의전문가들도 동감하고 있다.
『구조적인 인상요인이 해결안된채 새해로 넘어왔기 때문에공산품의「코스트·푸시」요인은도처에 도사리고 있고 기업으로서도 더이상 자체흡수할 여력이 없다고 보여지기 때문에 올해 물가는 비관적이다』(박세근 대한상의이사· 김영우 전경연이사)
이러한 견해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우선 파급효과가 가장 큰 석유류가격이 국제원유값의 인상(4차례에 나누어 연중 14.5%)을뒤따라 올라가게 된다.
그리고 오는 6월부터 석탄값을 25%, 7월부터는 전기및철도요금을 각각 20%·15%씩引上한다는 잠정계획이 정부당국자의 서랍속에 들어있다.
그전에 2월중에는 학교수업료가 12∼15% 올라갈 예정이고 지난가을의 수매가격인상에따라 정부미방출가격도 조만간안올릴수 없는 처지이다.
산넘어 산이라는 속언은 바로 우리나라 물가를 무고한 말처럼 들리게도 됐다. 다만 위안이 된다면 정부노력의 집중으로 작년과 같은 농산물의 가격파동은겪지않을것같고 정부부처간에 물가안정우선정책이 적용되리라는점이다.
그것은 통화증가율을 25%이내로 억제하고 수입자율화문호로 과감하게 넓히겠다는 의도에서 나타나고있다.
KDI의 구본호부원장은 GNP성장율 9%, 통화증가율을 25%로한 경제운용계획이 제대로 실천되면 79년도의 자체물가상승요인은 억제목표를 초과하지않을것이라고 조심스런 낙관을했다.
이진설물가경책국장은 각부처가 합심해서 안정화에 노력할것이기때문에 올해는 물가 고삐가 잡힐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러한 낙관은 모든 정책이 이상적으로 실천에 옮겨져 실효를 거둔다는것을 전제로한 것이다. 말과 실제가 틀리는 시행착오를 그동안 수없이 되풀이 해왔다.
믿어달라고 하기엔 정부의 물가정책이 너무 신임을 잃어버린것같다.
【이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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