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기자의 증시포커스] "이근호 때문에…" 업계는 울고 웃고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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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 이후에 손님이 뚝 끊겼어요. 오늘 경기는 이겨야할 텐데…”

18일 오전 러시아와의 결전의 날. 택시운전기사 신 모씨(42)는 최근 무거운 분위기가 유통·외식업계뿐만 아니라 택시업계에도 찬물을 끼얹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위축된 소비심리에 숨죽여 있던 업계들이 2014 브라질 월드컵 러시아전에 유독 기대감을 드러냈다. 월드컵 첫 경기인 만큼 앞으로의 사회 분위기 반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이날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국 월드컵 대표팀이 첫 경기에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치며 소비 심리가 반전될 수 있다는 희망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시 달아오른 길거리 응원도 이런 기대에 힘을 불어넣었다.

이마트는 당초 한국팀 승리시 펼칠 계획이던 ‘50% 할인행사’를 무승부 때도 동일하게 진행하기로 했다. 행사 홍보 문구도 ‘한국팀 1승 기원’에서 ‘잘 싸웠다 대한민국, 힘내라 코리아’로 바꿨다. ‘긴급 월드컵 마케팅’이라는 부제도 달았다.

대규모 거리 응원에 힘입은 편의점 업계는 다시금 찾아온 활기에 활짝 웃었다. 특히 2만~3만 명을 모은 광화문과 영동대로 인근 점포 매출은 이날 크게 뛰었다.

GS25는 광화문, 영동대로 인근 9개 점포의 18일 오전 0~10시 매출이 전주 동일 시간대보다 8배 늘었다. 근접 점포까지 계산하면 매출증가율은 1500%에 달한다. 생수는 전주보다 47배나 더 팔렸고 물티슈(31배), 맥주(19배), 탄산·이온음료(18배), 삼각김밥 등 간편 먹거리(10배) 등도 대박이 났다.

CU(씨유)의 광화문과 영동대로 인근 5개 점포도 매출(17일 22시~18일 11시 기준)도 평균 12.4배 증가했다. 생수와 커피, 맥주 판매는 전주보다 20~30배 늘었고, 마른안주와 스낵류 매출도 10배 이상 뛰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월드컵 특수는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뿐만 아니라 숙박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팀 경기가 새벽이나 아침에 시작되는 만큼 거리응원을 준비하는 인근 직장인이나 젊은 층이 인근 호텔을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명동에 위치한 나인트리 호텔이나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의 경우 우리 대표팀 경기 전날 숙박 패키지 판매가 이미 평소보다 40~50% 증가했다.

반면 증권 전문가들은 월드컵 기간동안 더욱 세심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17일(현지시각) 마켓워치 칼럼니스트인 마크 헐버트는 “만일 당신이 축구 광팬인 투자자라면 네가 좋아하는 팀이 경기에서 졌을 때 무분별하게 행동하기 쉽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동안 월드컵 기간에 주식 시장의 수익률이 평균치를 하회하는 등 저조한 성적을 보여왔다는 것이다.

헐버트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알렉스 에드만 교수의 ′스포츠 심리와 주가 수익률′ 논문을 인용하며 “‘월드컵 기간 매도량이 평균치를 상회하고 수익률은 평균치를 하회한다’는 결론이 도출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월드컵 기간 중 미국 증시 평균 수익률은 -2.58%로 평년 평균치인 1.21%를 하회했다. 이번 월드컵도 개막한 지 3일동안 S&P500지수가 0.3% 하락하기도 했다.

우리 증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소 우려를 모았던 러시아전에서 무승부를 보이며 선방했지만 코스피는 내리막을 보였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2.06p(-0.6%)내린 1989.49로 장을 마쳤다. 개인과 외국인의 동반 매도세에 2000선 아래로 뚝 떨어졌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0.5원 내린 1022.40으로 거래됐다.

이진우 기자 < jw8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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