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산토끼』기념비 50년만에 교정에 건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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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국민학교에 들어가기전의 꼬마들로부터 할아버지·할머니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즐겨부르는 동요「산토끼 토끼야」를 작곡·작사한 이일래씨(76·경기도양주군화역이가곡리202)의 기념비가 작사반세기만에 세워졌다.
지난8일 이씨가 26세의 젊은 교사로 어린이들을 가르치던 경남창령군이방면 이방국민학교 교정에 「산토끼노래비」가 세워진것.
「산토끼」의 고향은 바로 이 이방국교. 1928년 연비을 나와 이 학교에 근무하던 이씨는 조국과 함께 잃어버린 꿈을 가난한 어린아이들에게 심으면서 일제하의 설움을 달래고 있었다.
낙엽이 수북이 쌓이던 어느날 이씨는 어린딸과 함께 학교뒤 고장산기슭에 올라 잔디밭에 누워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때 멀지않은 곳에서 산토끼 한마리가 두려움도 없이 깡총깡총 뛰는 모습이 보였다.
이 순간 이씨는 산토끼의 자유가 부럽게 느껴졌고 자신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 자리에서 「산토끼」노래가 완성된 것이다.
이씨는 어린딸 명주와 제자들에게 이 노래를 가르쳤고 곧 전교생이 노래를 배워 이웃학교를 거쳐 전국으로 번졌다.
그러나 이씨는 민족감정을 고무시켰다는 이유로 일제로부터 압박을 받아 노래의 작사·작곡자가 자신임을 밝히지도 못한채 교사직을 그만두고 말았다.
해방이 되자 이 노래는 교과서에 실렸고 어느 학교·어느 어린이도 모르는 사람이 없이 사랑받는 동요가 됐다.
「산토끼」가 이씨의 작품임이 알려진 것은 38년이씨의 작곡집이 출간되면서였다. 그후 75년에 영인본이 다시 간행되면서 회산 이은상씨가 서문을 썼고 나련영씨는 「산토끼 노래비」건립을 기원했다.
이씨에게 이 노래를 배운 노규석씨(62·창령옥야고교장)등 제자들은 선·후배의 모임을 갖고 3년 동안 기금을 모아 교정에 「산토끼노래비」를 세워 노구를 이끌고 제막식에 참석한 이씨에게 감회의 눈물을 안겨주었다.
이씨는 제자·후배, 그리고 산토끼를 함께 보았던 딸 명주씨(50)·이방국교전교생이「산토끼」노래를 합창하는 가운데 『「산토끼」노래의 작사·작곡자는 내가 아니라 조국을 잃은 슬픔에 젖어있던 우리민족이었다』고 술회했다.【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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