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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제자 논문 표절한 교육 수장, 영이 서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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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송광용 신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제자 논문을 표절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제자의 석사학위 논문을 지도해준 뒤 제자의 학위논문을 복사한 듯 거의 똑같은 논문을 학술지에 옮겨 게재했으며, 이 논문의 제1저자로 올라갔다. 학술세계에서 제1저자는 연구를 대부분 수행해 원고의 초고를 작성한 사람을 말한다.

 지도교수가 제자의 논문을 지도하고, 이를 학술지 논문으로 발전시켜주는 건 학계의 관행이긴 하다. 또 제1저자나 제2저자 구분이 국내에선 불명확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석사학위 논문을 학술지에 실어준 걸 고마워한 제자가 자신을 제1저자로 올렸다는 해명은 군색하기 짝이 없다. 두 사람이 제자의 연구 성과를 가로챘다는 비난을 당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논문 실적이 교수의 재임용이나 승진 심사에 중요하며, 제1저자로 올라가는 게 실적 계산에서 훨씬 유리하다는 건 두 사람이 더 잘 알 것이다. 제자가 아무리 양해를 했다고 하더라도 제자의 논문에 자신의 이름을 얹는 것도 모자라 연구 실적을 자신의 것으로 가져가는 건 비윤리적이다.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가 2006년 논문 이중게재와 표절로 낙마했는데도 아직까지 우리 학계의 연구 윤리의식 수준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교육계 두 수장(首長)이 표절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표절이 아니라면 이는 제자의 논문 상납이다. 뻔히 이득을 볼 것이 분명한데도 이를 거부하지 못한 것은 변명할 수 없는 잘못이다. 이런 측면에서 두 사람의 제자 논문 옮겨 싣기는 과거에 있었던 잘못된 관행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도를 넘는다. 두 사람은 철저히 반성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교육부 장관과 교육문화수석은 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결정하고, 이를 집행하는 데 있어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자리다. 지난 6·4 지방선거로 대거 등장한 진보교육감을 설득해 교육계의 난제를 풀어야 할 교육 수장이 제자 논문 표절 문제로 도덕성에 흠집이 잡혀서야 영(令)이 제대로 서겠는가. 특히 이런 약점 때문에 교수들의 집단이기주의에 발목 잡힌 대학 구조조정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

 교육계의 두 수장이 동일한 방법으로 제자의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야당이 제기했는데도 이를 사전에 검증하지 못한 청와대도 이번 사태에 분명한 책임이 있다. 학계 인사를 공직에 발탁할 때 논문 표절 여부는 인사검증의 핵심 사안 아닌가.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 역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같은 논문을 이중으로 게재한 의혹을 사고 있다. 일반인들도 논문 표절 검색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표절 여부를 알 수 있는 것을 청와대는 찾아내지 못한 셈이다.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은 한심한 수준이라는 비난을 면할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