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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금의 유산 「호남 문화」가 한자리에…|6일 문을 연 또 하나의 문화명소 국립 광주 박물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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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숱한 시인·묵객을 배출한 남도 서정의 본산 광주에 또 하나의 문화 명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6일 문을 연 국립 광주 박물관-. 광주 시내를 한눈에 굽어보며 진산 무등산을 왼쪽으로 비스듬히 바라보는 위치인 매곡동 산 83의 3 야산 기슭에 우뚝 선 한식 건물의 위용은 예술과 학문의 도시 광주를 더욱 빛내고 있다.

<보존 기능 살린 지하 4층>
2만5천명의 대지 위에 지하 4층·지상 2층으로 세워진 이 건물의 연건평은 2천2백69평. 지난해 6월17일 착공, 1년6개월만에 완공을 보기까지 이 건물에 쏟아 부은 물적·인적 투입량은 엄청나다. 공사비로만 3l억원이 쓰여졌고 매일 평균 5백여명 (급 「피치」를 올린 때는 7백∼8백명)의 인부가 동원된 대 역사 끝에 건물은 세워졌다.
우리 고유의 건축미와 현대식 기능이 총 동원된 「아이디어」의 결집체란 점에서 이 건물은 우리 건축사에 남을 만 하다 (박춘명 설계 사무소 설계).
간결한 속에 장중미를 갖춘 외모는 우리 고유의 궁전 양식에 최고·극미의 건축 양식인 부석사 무량수전 (국보 18호) 양식을 절충했다. 팔작 기와 지붕의 중층 누각을 기본형으로 하고 주심포에 배흘림 기둥 (엔터시스)으로 기교를 더했다.

<냉온·습도 자동으로 조절>
내부 시설은 문자 그대로 현대식이다. 특히 역점을 둔 것은 박물관으로서의 보존·보관의 기능. 건물의 3분의 2가 땅속 17m를 파고 들어가 지하 4층의 효용을 최대로 살렸다. 지하 1층이 휴게실과 사진실, 지하 2층이 공기 정화실, 3층이 공작실과 창고, 맨 아래층이 유물 창고로 쓰여진다.
게다가 전시실 이용 면적을 최대로 하여 지상 1, 2층 1천1백여명을 전시실로 쓰도록 돼 있다. 동시에 2천5백점의 유물 전시가 가능한 면적이다. 전시실은 모두 4개로 나누어져 ▲신안 해저 유물·도자기실 (1실) ▲선사·삼국시대실 (2실) ▲증화실 (3실) ▲도자실 (4실)로 배치됐다.
전시 「캐비니트」는 모두 10mm 두께의 자동차 「도어」 유리를 사용, 보관에 철저를 다했고 「캐비니트」마다 냉온·습도가 자동 조절되도록 배려했다. 여기에 국내 최초로 회화실을 뺀 모든 전시실이 자연 채광을 받도록 설계한 점도 특징. 인공 조명에서 오는 색감의 변화를 막도록 한 것이다.
또 1층 사무실에 중앙 통제실을 두어 박물관의 내부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특수 전자 장치를 설치하고 건물 밖을 한 눈에 지켜볼 수 있는 특수 TV 장치까지 하여 도난 방지를 위한 시설을 골고루 갖췄다.

<신안·호남 유물 등을 전시>
1차로 전시된 7백30여점의 유물은 어디까지나 『호남 지역 문화의 특색을 살리는 방향에서 선택했다』는 최순우 국립 중앙 박물관장의 말이다. 국립 광주 박물관 건설의 직접 계기가 된 신안 해저인양 송·원대 유물 2백60여점을 비롯, 화순 출토의 청동기시대 유물 동검 등 11점, 우리 나라 청동기의 주조 근원을 알려주는 영암 출토의 골석제 용범 등 9점, 나주군 반남면 출토 옹관, 영산강 유역의 선사 유물, 대 흑산도 출토 빗살 무늬 토기 등 호남 지역 출토품이나 이 지역과 연고가 있는 유물들이 이곳에 전시·보관된다.
여기에는 우수한 고려청자의 80%를 구워낸 강진요의 작품들과 호남 화단을 이끌어온 공재 윤두서, 소치 허유 등 사인화가의 그림들이 포함됨은 물론이다.
특히 국립 중앙 박물관의 소장품 중 이 지역에 연고가 있는 1천2백점을 추려 이곳에 분산 전시한다. 이중 중요한 것들을 보면 국보급으로 목조삼존불감 (국보 42호)·중흥산성쌍사자 석등 (국보 1백3호)과 보물급으로 나주 심향사석등·광주서 5층 석탑의 금동탑·동경, 광주동 5층 석탑의 청동함 등도 포함돼 있다.
이밖에 광주 시립 박물관·전남대 박물관에 보관돼 있던 유물과 고산 윤선도, 다산 정약용의 개인 소장품도 이곳에 모을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중앙 박물관의 분관적 성격보다 종합 박물관의 성격이 더욱 두드러지는 셈이다.

<토착 문화의 연구 「센터」로>
이들 유물을 분류하고 연구하는 작업을 위해 일하는 박물관 식구는 모두 42명.
지상 1층에 꾸며진 객석 2백 석 규모의 강당은 호남 문화를 위한 연구 발표와 「세미나」 등에 제공되며 학예 연구실은 점차 호남 고고·미술사 연구의 「센터」로 만들기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라고 최 관장은 밝혔다.
이을호 박물관장 (2급 을)을 책임자로 학예 실장 이호관씨와 그 밑에 학예 연구관 2명·학예사 4명·행정 사무관 1명이 개관 「스탭」이다.
특히 경주·부여·공주 등의 박물관이 모두 옛 왕도에 있는데 비해 광주는 청동기·마한문화 등 선사 시대의 유물·유적이 깔려 있는데 위치한다는 점에서 보다 시원적인 토착 문화를 연구하는 「센터」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키워 나가겠다고 개관의 주역인 이 관장은 다짐했다.
글 방인철 기자
사진 채흥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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