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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에 「자폭」으로 맞선 전통의 영국 더·타임스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의회나 왕실처럼 영국의 전통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는 「더·타임스」지가 1년간 끌어온 노사 분규를 해결하지 못해 12월1일을 기해 무기 휴간에 들어갔다.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4주전인 1785년에 창간, 1백93년 동안 영국과 전세계 독자들에게 수준 높은 언론의 역할을 해왔고 학자들에게는 역사의 사료를 제공해 온 거목이 노사문제 때문에 스스로 입을 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회사측은 현재 진행중인 노사 협상이 완결되면 복간하겠다고 말하고 있지 노사간의 대결이 회사측의 강압으로 냉각되어 있어서 가까운 시일 안에 해결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더·타임스」가 안고 있는 문제는 ①힘이 강해진 노조와 회사측과의 지속적인 마찰 ② 「컴퓨터」 인쇄 기술 도입을 둘러싼 감원 문제 등으로 나누어진다.
회사측 발표에 따르면 금년 들어 쉴새 없이 일어난 작업 중단 사태로 4백만부의 신문이 손실되었고 자매지까지 합치면 그 수는 거의 1천3백만부나 된다고 한다.
이 때문에 판매와 광고를 합해서 입은 손실도 8백만「달러」 (40억원)에 이른다.
「작업 중단」은 노조의 「스트라이크」와 구별되는 특수한 투쟁 방법이다.
파업 (스트라이크)은 노조의 동의에 따라 통일된 목표를 놓고 실시하는 단체 행동이지만 이 「작업 중단」은 노조 기구와 관계없이 소수 노동자들이 그때그때 상황을 봐서 수시로 작업을 거부하는 기술적 투쟁 방법이다.
그러니까 경영진과 노조간의 협조가 잘 이루어지더라도 소수 노동자들에 의한 「작업 중단」은 어느 때고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신문처럼 시간을 다루는 업종에서는 이런 행동이 치명적이다. 「더·타임스」 경영진은 자폭이라는 최후 수단을 가지고 노조의 이러한 투쟁 방법을 꺾으려하고 있다. 「더·타임스」 종업원은 기자를 합쳐 4만3천명이다. 이 인원이 7개 노조로 갈라져 있고 그 아래 69개의 지부가 형성되어 있다.
현재의 협상은 ①작업 중단을 하지 않는다는 모든 노조원의 보장을 문서화하고 ②앞으로 3년에 걸쳐 1천명을 자진 감원케 하며 ③「컴퓨터」 도입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3가지 회사측 요구를 놓고 진행중이다.
지금까지 7개 노조 중 대부분이 회사측 안을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식자공 노조가 휴간이라는 압력 아래서는 협상할 수 없다면서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
만약 모든 노조가 회사측 제안을 받아들인다해도 다시 독립심 강한 69개 지부의 승인을 받아야하는 어려운 작업이 남게 된다.
이 사태로 독자들은 『「더·타임스」가 없이는 영국 문화는 없다』고 우울해 하고 있다.「텔리비전」에서는 특집을 내고 심지어는 동업 신문들까지도 애도의 뜻을 표하는가 하면「더·타임스」는 마지막 4일 동안 자신의 조위문 비슷한 글을 계속 내어 독자들의 동정을 불러일으켰다.
「더·타임스」지는 30일 사실을 통해 『사람이 길을 가다가 강물과 맞부딪칠 경우 어떤 방식으로라도 그 강을 건너야지 주저해서는 안 된다』는 비유로 정간의 결정을 변명했다.
사설은 이어 「더·타임스」가 복간될 때는 영국 신문계를 괴롭혀 온 「영국 병」을 말끔히 완치하고 보다 건전한 모습으로 언론의 소임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의회는 30일 하오 3시간 동안 긴급 회의를 열고 「더·타임스」지의 정간 사태를 토의했다.
「매코맥」 의원 (보수당)은 제안 설명에서 「히틀러」도 침묵시키지 못한 「더·타임스」지가 노사 분쟁으로 경간 하게 된 것은 영국이 누려온 언론 자유에 대한 중대한 위험』이라고 발언했지만 중구 난방식 견해가 교환된 채 뚜렷한 결론 없이 끝났다. 【런던=장두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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