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민박'이 변종호텔로 …'에어비앤비'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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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 방을 여행자들에게 빌려준다는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공유경제 사이트 에어비앤비(Airbnb). 2008년 시작해 6년 만에 기업 가치가 11조원에 이르는 거대 사이트로 성장했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에 현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하게 한다는 초기 의도와는 달리 전 세계적으로 ‘변종 호텔’ 사업으로 변질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서울 종로·홍대앞·강남 등에서 오피스텔·아파트 등을 여러 채 임대해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박을 제공하는 업자들이 늘고 있다. 현재 서울에만 1008개의 숙소가 등록돼 있다. 부산·제주 등에도 200~300개가 등록돼 있어 국내 에어비앤비의 시장규모는 5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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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의 한 에어비앤비 객실을 찾았다. 1박 이용료는 13만원. e메일로 미리 전달받은 현관 비밀번호로 출입해 주인을 만날 일도 없었다. 60㎡ 원룸 오피스텔에는 일반 숙박업소처럼 40인치 TV, 세탁기, 스낵 미니바 등을 갖추고 있었다. 객실 운영자 A씨는 인근 오피스텔에만 원룸 5개를 대여하고 있다고 했다.

 에어비앤비 업자들은 대부분 A씨처럼 한꺼번에 오피스텔 여러 채를 임대해 운영한다. 홍대·종로 일대에 5개 객실을 운영하는 정모(33)씨는 미국에서 대학을 나와 현재 증권회사에 근무하고 있다. 정씨는 “대학 시절 에어비앤비에 묵어보고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에어비앤비로만 현재 한 달에 400만원 이상을 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체크인·아웃 시간에 청소부를 별도로 고용해 객실을 정리하기 때문에 일일이 관리할 필요도 없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B씨(23)도 강남 일대에서 6개의 객실을 운영한다. 부자 부모를 둔 것 같지만 오피스텔을 보증금 1000만원 정도의 월세에 빌려 다시 일세(日貰)를 놓는 셈이기 때문에 초기 투자금이 의외로 많이 들어가지도 않는다고 한다. B씨는 “등록금과 용돈을 직접 번다는 생각으로 운영한다. 청소를 대행업체에 맡기기 때문에 신경 쓸 일도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개인 간 인터넷으로 거래하는 에어비앤비는 사실상 숙박업소로 운영되지만 법의 규제도 받지 않는다.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기 때문에 세금도 없다. 일종의 ‘숙박 노점상’인 셈이다.

 하지만 마치 노점상처럼 운영되는 에어비앤비 객실은 위생·안전검사 등도 받지 않는 관리의 ‘사각지대’다. 소방법에 따르면 숙박업소에는 방염처리가 되지 않은 커튼·블라인드 등을 설치할 수 없다. 대형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대부분의 에어비앤비 객실에는 방염 필증이 없는 커튼이나 블라인드가 달려 있다.

 사고 발생 시 보상책도 마땅치 않다. 에어비앤비는 집이 손상될 경우 최대 12억원을 보상하는 보험에 가입돼 있지만 여행객이 사고를 당할 경우 보상책은 없다. 에어비앤비 사이트에는 ‘자체적으로 여행자 보험에 가입하라’는 공지만 띄워놓은 상태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업무시설인 오피스텔을 숙박업으로 사용하는 경우 고쳐야 할 법이 한두 개가 아니라 제도권 편입이 실질적으로 어렵다”며 “숙박업으로 인정되지 않는 한 과세나 안전검사를 할 근거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외에선 에어비앤비의 과세·제도화를 위한 논의가 활발하다. 미국 뉴욕주 검찰청은 지난 5월부터 에어비앤비로부터 집주인 정보를 넘겨받아 방을 대량 임대한 불법 사업자를 가려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독일 함부르크시도 임시면허 없이도 개인 주택을 임대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해 에어비앤비를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키기로 했다.

구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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