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서에 감사편지 보낸 고양화재사건 구조 여학생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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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종합버스터미널 화재로 다친 여학생이 당시 출동한 소방관에게 "살아있는 게 기적같다. 아저씨 덕분에 살았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16일 경기 일산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이 소방서로 한 중년 여성이 찾아왔다. 이 여성은 "딸을 구조해 준 소방대원에게 전달해 달라"며 노란색 편지봉투 한 장을 내밀었다. 겉면에는 '소방대원 아저씨께'라고 적혀있었다.

편지를 보낸 이는 지난달 27일 발생한 고양종합버스터미널 사고 현장의 부상자 김모(17)양. 그는 당시 1층 에스컬레이터 부근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다가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김양이 구조되는 모습은 언론을 통해서도 보도가 됐다.

현재 화상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김양은 "다행히 얼굴은 거의 안 다쳤고 다리에만 화상을 입었다"며 "내일 2차 수술을 한다"고 근황을 전했다.

그는 구조 당시 상황을 '기적같다'고 표현했다. "쓰러질 때만 해도 이렇게 죽는구나 싶기만 했는데 일어나 보니 크게 다친 곳도 없이 살아있는 데 기적같다"며 "아저씨(소방대원)가 빨리 와주신 덕분"이라고 썼다.

열악한 소방 공무원의 근무 현실에 대해서는 안타까워했다. 김양은 "인터넷을 보니까 소방관의 근무환경이 많이 열악하다고 하던데 이렇게 열심히 일해주셔서 감사하고 존경한다"며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근무환경이나 장비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할 텐데"라고 적었다. 그는 "요즘 하루하루 살아있다는 게 뭔지 느끼며 산다. 정말 정말 감사하다"며 "더 나은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일산소방서 서은석 서장은 "당시 김양의 부상 정도가 심해서 걱정을 했는데 무사하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고양=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다음은 편지 전문.

to 소방대원 아저씨

아저씨 안녕하세요! 기억하실진 모르겠지만 고양시 종합터미널 화재사건 때 홈플러스 입구 에스컬레이터 부근에서 구조 된 17세 여학생입니다.

되게 몸이 긴....기억하시나요?

저는 그때 화상전문병원으로 갔다가 다시 다른화상전문 병원인 한강성심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어요 다행히 얼굴은 거의 안 다쳤고 다리에만 심한 화상을 입어서 빠르게 회복 중이랍니다.

다리도 그렇게 막 4도? 이런 건 어니라...

내일이 2차 수술이에요. 병원에서 엄마가 저를 구조한 소방대원 성합과 연락처를 안다고 해서 이렇게 편지를 써요. 정말 감사해요. 사실 쓰러질 때만 해도 이렇게 죽는구나 싶기만 했는데 일어나 보니 크게 다친 곳도 없이 살아있는게 기적같아요 아저씨가 빨리 와주신 덕분이에요.

인터넷에서 보니까 소방공무원들 근무환경이 많이 열악하다고 하던데 그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열심히 일해주셔서 감사하고 또 존경해요

우리나라도 어서 선진국처럼 근무환경이나 장비에 투자를 많이해야 할텐데...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요즘 하루하루 살아있다는게 뭔지 느끼며 살아요.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더 나은 세상이 오기를 바랄게요

from 김**

[사진 일산소방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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