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탄광 화재 1년 백25명이 아직도 앓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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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장성=탁경명 기자】국내 탄광사고중 가장 큰 것으로 기록된 석공장성광업소 수직갱 화재사고는 16일로 1년을 맞았으나 아직도 1백25명이 복합 「가스」중독증세로 앓고 있다.
사고당시 구조에 나섰거나 한때 갱속에 갇혔던 이들은 연탄「가스」중독 등 같은 단일「가스」중독과는 달리 갱 속에서 갱목·기름·전선 등이 탈 때 생긴 일산화탄소·탄산「가스」·아황산「가스」등을 장시간 마셔 복합「가스」중독증상을 일으킨 데다 당시의 충격과 공포감으로 우울증까지 보이고 있다.
이들 중 26명은 취업하면서 치료를 받는 상태이나 84명은 취업도 하지 못한 상태로 통원치료를 받고있으며 15명은 입원해 있다.
이들의 치료를 맡고있는 복지공사 장성병원장 김진하 박사(54)는 『아직 국내의학상 이 병에 대한 치료법이 없어 환자들에게 주로 영양제와 원기회복제를 투여하는 정도이며 통증이 심할 때는 진통제를 쓰기도 하지만 큰 진전이 없다』며 중증환자의 경우 완치는 2∼3년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진단했다.
또 이들은 다른 우발사고나 마찬가지의 보상밖에 받지 못해 병고와 함께 생활고까지 겪고 있다. 장성탄광 노조지부장 신완식씨(39)는 『이들에게 평균임금의 40%를 감액, 60%만 지급하는 현행 산재보험법은 구조활동을 앞으로 원활히 하기 위해서라도 법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사고는 수직갱 2백25m「레벨」(지하 3백75m)에서 변압기 폭발로 화재가 발생, 6일 동안 불길이 잡히지 않는 가운데 5차례에 걸쳐 구조대·안전점검반을 내려보내 조난사고가 잇달아 12명이 사망하고 2백12명이 「가스」중독으로 치명상을 입었다.

<복합 「가스」중독증세>
모든 「가스」중에서 인체에 가장 치명적인 「가스」는 일산화탄소(CO)이며 여기에 아황산「가스」등 다른 「가스」가 복합되면 상승작용을 일으켜 보다 치명적이 된다.
이 일산화탄소를 들이마셨을 경우 사람의 체질에 따라 증상의 차이를 보이는데 후유증으로 신체마비·우울증·실어증 등의 증상을 보일 수 있다.
고려병원 내과과장 이상종 박사에 따르면 이러한 후유증들에 대한 치료방법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바가 없고 단지 환자가 음식을 잘 먹고 신체마비가 왔을 경우 물리치료에 기대하는 방법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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