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지역의식|군 대항하듯 자군 인물 찾기에 부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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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0대 총선 에서 표를 좌우할 가장 큰 요인은 아마도 지역의식이 되리라는 전망이다.
서울·부산·대구등 대도시와 동일 생활권이 한 선거구가 된 26개구 정도를 제외한 전국 50개 정도의 선거구에서 예외 없이 지역의식의 바람이 불고있다.
선거전을 「군대항전」의 양상으로 몰아넣는 이 지역감정은 대체로 ▲한 군에 2의원이 몰려있는 선거구 ▲장기간 의원을 내지 못한 곳 ▲외 타인이 당선된 곳 ▲복수당선으로 알력·마찰을 빚어온 곳 등에서 무게 일고있으나 현 선거제도와 불합리한 선거구 획정에도 원인이 있다.
우선 현역의원 2명이 같은 군 출신인 경우 의원을 못 낸 다른 시·군에는 만성적인 불만이 내재하고 선거 때엔 이런 불만이 폭발하던가 양성화한다.
이런 지역의 예로는 ▲영월=장승태(공화)·엄영달(신민) ▲옥천=육인수(공화)·이용희(신민) ▲공주=이병주(공화)·박찬(신민) ▲김제=장경순(공화)·김탁하(무) ▲함평=윤인식(공화)·이진연(신민) ▲나주=임인채(공화)·김윤덕(신민)등이 있고 ▲이리-익산=채영철(공화·이리)·김현기(신민·익산)의원의 경우도 행정구역은 다르지만 이리-익산이 같은 생활권이란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또 현역의원과 유력한 원외후보가 같은 군 출신인 지역으로는 ▲삼척=김효영(공화·의원) ·김진만(무·전국회부의장) ▲충주=이종근(공화·의원)·이택희(신민·8대의원) ▲진천=이충환(신민·의원)·오용운(공화공천자) ▲공주=박찬(신민·의원)·정우모(공화공천자) ▲서산=한영수(신민·의원)·심현직(공화공천자) ▲청도=박숙현(공화·의원)·박권흠(신민당위원장)등의 예를 들 수 있다.
이런 지역의 경우 거의 예외 없이 의원이 없는 쪽에서 후보가 난립 하든가 강력한 무소속이 나서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청도-경주-월성 중 경주-월성이나 김제-정읍의 정읍 쪽에서도 4,5명의 입후보가 될 움직임이다.
보은의 모후보는 ▲옥천=국회의원 7명, 공장14개, 취업종업원 2천4백78명 ▲보은=15년간 국회의원 없음, 공장5개, 취업종업원 2백3명이라고 비교한 「팸플릿」에서 『내 고장 보은은 누가 돌봐주나』 『왜 이렇게 차이가 났을까요』라고 지역감정을 부채질했다. 그런가 하면 같은 선거구의 영동출신인 신민당 최극씨는 『옥천 사람만 국회의원 시킬 수 있느냐』고 호소.
장기간 의원을 내지 못한 군에서는 저마다 자군 인물 찾기가 벌어진다.
이런 지역으로 문제가 일고있는 곳은 전국적으로 홍성·논산·장성·구례·보은·영동·선산·군위·광양·순창 등이다. 강원도의 인구가 적은 여러 군이나 수복지구 등 이 밖에도 의원을 못 낸 곳은 많으나 선거전에서 큰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고 있으며, 또 영월-정선-평창의 경우처럼 이렇다할 후보가 없는 곳도 있긴 하다.
그러나 논산 같은 곳에서는 『공주군 논산면을 탈피하자』는 구호가 나왔고 『5대 이후 순창의원이 없었다』는 순창의 반발이나 『5·16이후 홍성 의원이 없었다』는 홍성의 지역감정은 타군출신 후보들의 가장 어려운 문제가 되고있다.
삼척출신의 김용호 의원(공화)과 고성출신인 박영연 의원(신민)등 외지인을 뽑았던 원주-원성-홍천-횡성에서는 원주 쪽에 대한 홍천 쪽의 지역감정도 문제지만 원주 원성 쪽에서도 『이번에는 우리 군 출신을』하는 바람이 불어 김·박 의원 측이 애를 먹었다는 얘기다.
진주-진양-삼천포-사천구에서 소군인 사천출신인 최세경 의원(공화)이 낙천하고 진주-진양 쪽인 구태회 의원이 공천을 받은 일이나, 영광-함평-장성에서 함평 출신의 윤인식 의원(공화)이 탈락하고 장성출신의 김재식씨가 공천된 일, 사천에서 몇 차례 당선됐지만 출생지가 고성인 정헌주 의원(신민)이 겪는 고통도 외지인 또는 소군 출신의 설움이라 할 수 있다.
복수구에도 이런 문제는 있어 울진과 청송-영덕간의 치열한 지역대결 의식은 공화당의 복수 당선자인 문태준·오준석 의원 간의 미묘한 관계로까지 몰아갔고 김유탁·김재춘 의원이 복수 당선된 김포-강화-고양에서도 김포-강화 쪽의 김재춘 의원이 낙천하자 3,4명이 공백을 노려 나서려는 기미를 보여 김유탁 의원은 이 공백을 메우는데 기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척-강릉-영주구에서는 의원을 못 낸 강릉-영주 쪽에서 『영동의 강릉, 이번만은 우리국회의원을 뽑자』는 여론이 나왔는가하면 공화당복수당선구인 충주-중원-제천-단양에서 제천-단양 쪽의 이해원 의원이 낙천 되자 이곳 여론의 분위기가 금새 달라지더라는 얘기.
임실-남원-순창구의 경우 임실=손주항의원(무) 남원=양해준의원(신민) 순창=설인수 공화당 공천자로 명실공히 3개 군의 대항전 판도를 나타냈고 이번에도 공화·신민당의 공천자를 내지 못하게 된 이리-익산-군산-옥구구의 군산-옥구쪽 채영석·최기창·강근호씨등 후보들의 기세가 더욱 올랐다는 것.
현 의원이 김제에 몰린 김제-정읍구서 정읍 쪽의 난립이 예상되는 것이나 구미-선산-군위-성주-칠곡구에서 의원이 없는 선산-군위 쪽에 후보가 많은 현상들도 모두 지역감정으로 설명되는 것이다.
지역감정은 후보들의 적극 편중과 조장에 의해 쉽게 격화될 수는 있으나 완화·해소되기는 어려운 특징을 갖고있다.
대부분 후보들은 자군표를 다지면서 타 군표를 잠식하는 선거전략을 채용하고있다.
어떤 후보는 공주출신이면서 논산으로 이사를 가거나, 타군의 처가·사돈·친척을 활용하기도 한다. 공주출신인 공주-논산구의 정석모 공화당후보가 논산의 처가를 활용한다는 예가 그것이다.
「6년간의 의원 없는 설움」을 맛보아서인지 9대 선거에 비해 지역의식이 더 심화된 것 같다는 것이 많은 후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러나 지역감정은 출신의원의 지역대표성을 해칠 뿐 아니라 지역적인 편협 된 감정으로 전국적인 인물을 선출하기 어렵게 만드는 폐단과 부작용을 낳고 지역총회를 해친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있다.
후보와 유권자의 각성도 중요하지만 한 선거구가 되기 어려운 몇 개 행정구역을 억지로 묶고있는 현 선거제도의 개선도 중요한 일이다.<송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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