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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미애의 줌마저씨 敎육 공感

입시에서 당신은 갑인가? 을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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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이미애
네이버 카페 국자인 대표

6월 모의고사가 지난주 끝나고 나니 이 결과를 가지고 사방에서 설명회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 주말 몇몇 입시기관은 모의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등급컷을 발표했으며, 수험생에게 수시모집을 어떻게 준비할지 안내하는 대규모 행사를 열었다. 이미 5월부터 여러 대학은 전국을 돌면서 설명회를 개최하고 모의논술을 진행한다.

 좀 단순한 비유이겠으나 입시를 시장이라고 해보자. 그렇다면 지금 대학은 ‘입학’이라는 물건을 팔기 위해 모객행위를 하는 ‘을’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대학이 주최하는 설명회에 가보면 학생과 학부모는 ‘갑’의 대접을 받는다. 입학사정관이 나와 수험생에게 맞춤형 대입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고, 전공별로 대학생 멘토들이 일대일 상담도 해준다. 이런 설명회는 8월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우리가 물건을 사보면 알지만 대부분 물건을 사기 전에는 점원이 온갖 미사여구로 제품을 홍보하고 장점만을 부각하면서 단점은 전혀 강조하지도 언급하지도 않는다. 그러다 일단 제품 구매 후 문제가 생기면 법적으로 제품의 결함을 증명해야 하는 책임소재가 소비자에게 있다. 물건을 산 다음 ‘갑’과 ‘을’의 관계는 역전되는 것처럼 입시에서도 같은 구도가 성립한다. 지금 대학들은 전국적으로 설명회를 하고 학교와 학생들과 학부모를 만나고 다니지만 입시원서를 제출하는 순간 대학은 ‘갑’이 된다.

 그러니 착각하지 말기를. 대학입시는 처음부터 학생과 학부모가 ‘을’이라는 현실 말이다. 지금 대학이 여러분을 ‘갑’처럼 대접해줄 때 가장 냉철하게 현재의 위치를 깨닫고 ‘을’처럼 보이는 대학 측에 ‘갑’처럼 질문하고 상담해야 한다. 그래서 자녀의 현재 위치를 현실적으로 깨닫고 실전 입시에서는 ‘가고 싶은 대학’이 아니라 ‘받아줄 대학’을 지원하는 것이 현명한 행보다. 대학은 점 하나의 차이로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할 수 있다. 수시모집 요강에 나와 있는 내용 하나하나를 따져보고 캐묻는 게 중요하다.

 이제 9월 초만 지나면 대학이란 ‘갑’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 이 시점을 최대한 이용하기를 바란다. 시계가 째깍째깍 가고 있다.

 세상을 미리 산 부모가 자녀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철저하게 현실을 파악하고 자녀에게 맞는 학교와 학과를 찾는 방법을 자녀와 같이 고민하는 일이다. 그건 우리나라뿐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도 부모가 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는 고3 자녀를 둔 학부모뿐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학부모 된 자 모두가 해야 할 일이다.

이미애 네이버 카페 국자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