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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의 여름옷' … LTV·DTI 완화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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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국민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게 경제성장의 과실을 골고루 나누겠다.”(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해서는 불평등을 줄여야 한다.”(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앞으로 한국 경제를 이끌 최경환(59) 후보자와 이주열(62) 총재가 한날 비슷한 경제 인식을 내놔 주목된다. 경제정책에서 성장만큼이나 분배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최 후보자는 내정 발표가 난 13일 밤 서울 서초동 자택 앞 호프집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같은 날 이 총재 역시 출입기자 만찬 간담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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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는 강력한 성장론자로 알려진 최 후보자가 임명되면 기준금리 결정에서 ‘매파’(성장보다 물가안정 중시)로 분류되는 이 총재와 충돌할 거라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두 사람이 큰 틀에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시장에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경제 현안을 놓고 자연스럽게 소통하며 손발을 맞출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둘은 연세대 동문(최경환 경제 75학번, 이주열 경영 70학번)이다.

 먼저 최 후보자는 취임 이후 민생행보를 예고했다. 그는 새 경제팀의 과제에 대해 “경제성장률이 몇 %냐는 수치보다 체감경기가 얼마나 좋아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주열 총재

 -강력한 성장론을 펼 거라는 예상과는 좀 다른 발언이다.

 “성장을 하되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국가만 좋고 국민은 만족 못하는 경제성장이 돼서는 안 된다. 지금은 소득 양극화와 같은 문제 때문에 힘들어 하는 국민이 많다. 경제가 성장해 일자리가 늘고 국민이 성장의 이익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이뤄내기 위해 내가 십자가를 지고 가는 느낌이다.”

 -왜 십자가를 진다고 생각하나.

 “난 현 정권의 성공을 책임져야 하는 특별한 위치(친박 정치인)에 있는 사람이다. 공무원이 생각하는 정권 성공과 내가 생각하는 성공의 잣대는 다를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기조는 경제 부흥과 국민 행복이다. 성장률을 얼마나 올리냐보다 실제로 국민이 얼마나 먹고살기 좋아졌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수치보다는 내실을 다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 최근 환율 논란을 어떻게 평가하나.

 “과거 환율정책이 지금 와서는 국민 행복과 동떨어지지 않았나 싶다. 그동안 고환율(원화가치 약세)에 따른 수출 증가로 경상수지 흑자를 내서 일자리를 만들어왔고 국민도 이를 알기 때문에 손해를 감수했다. 그런데 이제는 기업들의 해외 아웃소싱이 늘면서 그 효과가 잘 안 나는 듯하다. 오히려 국민 입장에서는 원화가치가 오르면 구매력이 좋아져 소득이 오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4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합리화를 주장했는데.

 “현재 부동산 규제는 부동산 시장이 좋던 시절에 만들어진 거다. 하지만 지금은 부동산이 침체된 상황이다. 비유를 하자면 한겨울인데 여름옷을 입고 있는 격이니 감기 걸려 죽을 수 있지 않겠나. 계절이 바뀌었으니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는 뜻이다. 합리적 개선이 필요하다.”(※하지만 LTV·DTI 정책의 경우 금융정책을 총괄 관리하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완화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

 이주열 총재 역시 간담회에서 양극화 해소를 화두로 제시했다. 그는 최근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의 『21세기 자본론』에 관한 얘기가 나오자 “해당 부서에 소득 불평등에 관한 연구를 해보라고 했다”며 “내수 기반 확대와 올바른 인재 양성을 위해서도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최경환 후보자와의 관계 설정에 대해서는 “기재부와 중앙은행은 서로의 기능을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성장론자인) 최 후보자가 기준금리 인하를 원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금리정책은 한은의 고유 권한이라는 사실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이 총재는 시장과의 소통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어려운데 더 많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금리는 인상 쪽이 타당할 것”이라는 자신의 발언이 기준금리 인상으로 해석된 데 대한 해명이다. 그는 “기준금리 인상 깜박이를 켠 것이 아니었다”며 "6월 경제지표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세종=이태경 기자,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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