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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가장 좋은 숙취 해결사는 ALDH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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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보승 한양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숙취는 매우 흔한 증상이다. 취할 정도로 알코올을 섭취한 성인의 75%는 최소한 한 번 정도는 경험한다.

숙취의 증상은 다양하다. 구토·설사·메슥거림에서부터 두통·인지장애·무력감 같은 신경정신의학적 증상, 부정맥·혈압 상승 같은 심혈관계까지 나타난다.

숙취는 혈중 알코올 농도가 떨어지는 시점에서 시작한다. 알코올 섭취 후 6~8시간이 지날 때다. 그리고 혈중 농도가 0에 이르는 시점에 가장 강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면 숙취의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인자로 아세트알데히드가 꼽힌다. 알코올 대사 과정의 중간산물이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위해물질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2009년 알코올 섭취로 생기는 발암물질로 분류한 바 있다.

섭취한 알코올은 위에서 1차 분해된다. 알코올탈수소효소(ADH)가 일부를 분해한다. 이후 알코올은 소장에서 흡수돼 간에 도달한 뒤 다시 ADH에 의해 아세트알데히드로 변환된다. 그리고 간세포 내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에서 아세트산(초산)으로 된다. 이 과정에서 작용하는 효소가 알데히드탈수소효소, ‘ALDH(Aldehyde dehydrogenase)’다.

하지만 우리 몸에 ALDH의 양은 많지 않다. 국내 연구진에 따르면, 사람의 간세포는 일반적으로 한 번에 소주 2~3잔 정도의 알코올로 생성되는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할 수 있는 양만 생산한다.

따라서 이 이상 알코올을 섭취하면 아세트알데히드에 의한 독성 증상이 나타난다. 알코올 섭취 후 6~8시간 후에 발생하는 증상이 우리가 숙취라고 부르는 증상이다. 물론 ALDH는 다시 생산된다. 숙취 해소에는 보통 반나절 혹은 하루 정도 소요되는데, 이 시간이 ALDH가 재생산되는 시간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재미있는 점은 ALDH 유전자에도 우성과 열성이 있다는 것이다. 숙취 해소에 반나절 정도 소요된다면 우성 ALDH 유전자를 보유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열성 유전자를 갖고 있는 사람은 비활성 ALDH, 즉 기능이 떨어지는 ALDH가 생산돼 숙취 해소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숙취 해소에 가장 좋은 해결책은 ALDH의 생성을 촉진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 외부에서 ALDH를 공급해 준다면 숙취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태국의 닥터 위수잇 챤 박사(Dr. Wisuit Chan)는 바이오테크놀로지를 활용해 미생물에서 ALDH를 추출해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 효소는 국내에서도 ‘키스립’이라는 이름으로 시판되고 있다. 이 제품에는 어떤 숙취해소제에도 없는 ALDH가 들어 있다. 학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강보승 한양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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