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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만원 돌려줍니다" 믿었다가 휴대전화 값 떼일 수 있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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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서류상 정상 개통으로 꾸민 뒤 나중에 보조금을 주는 ‘페이백’으로 고객을 끌고 있는 대리점의 모습. 온라인에서도 페이백이 성행하고 있다. [사진 지디넷코리아]▷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0일 새벽 주요 스마트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는 이동통신 3사의 보조금 폭탄에 들썩였다. 고가 요금제와 부가서비스를 일정 기간 유지하는 조건으로 80만~100만원대에 팔리는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S5, 갤럭시 노트3, LG G3, 팬택 베가아이언2 등이 ‘공짜폰’으로 뿌려진 것이다. 보조금 상한 가이드라인 27만원을 제외하면 50만~80만원대의 보조금이 붙은 셈이다.

 불과 몇 시간 뒤 서울 한남동의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실에선 이통 3사 대외협력 담당 임원들이 다정하게 손을 잡는 낯선 풍경이 연출됐다. ‘통신 소비자 권리 향상을 위한 이통사업자와 소비자단체 협약’을 맺는 자리였다. 이들은 “보조금 위주의 마케팅이 아니라 요금과 서비스 경쟁을 통한 공정한 마케팅 활동으로 건전한 시장 환경 조성에 힘쓰겠다”고 입을 모았다.

 낮에는 악수하며 공정경쟁을 약속하고, 밤에는 출혈 보조금 경쟁을 벌이는 이통사들의 두 얼굴이다. 지난 3~5월 총 45일간의 순차적 영업정지라는 정부의 ‘강수’에도 이통시장의 불법 보조금 바람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15일 이통 업계에 따르면 지난 9~12일 이통 3사 간 이뤄진 번호이동(알뜰폰 제외)은 일평균 8만9000건에 달했다. 시장과열 판단기준인 2만4000건의 약 네 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 수치는 이통 3사가 가입자를 뺏고 빼앗는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그만큼 보조금이 많이 지급됐고, 시장이 과열됐다는 방증이다. 이에 대해 이통사들은 서로 “경쟁사가 먼저 불법 보조금을 뿌렸다” “어쩔 수 없이 대응했다”며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요즘 불법 보조금은 주로 ‘페이백’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정부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서류상으로는 정상가로 판매한 것처럼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나중에 보조금을 가입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예컨대 출고가 86만원인 갤럭시S5를 법정 보조금 27만원을 뺀 59만원에 판 것처럼 전산에 등록하고, 며칠 뒤 59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한다. 페이백은 주로 심야시간대 온라인을 통해 진행되는데 현금이란 표현 대신 별·콩·고구마 같은 은어를 사용하고 한두 시간 ‘스폿성’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다.

 문제는 소비자 피해 우려다. 계약서 없이 구두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보니 당초 대리점이 약속한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실제 지난해에는 ‘거성모바일’이라는 판매업자가 당초 약속했던 페이백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고 중간에 가로채면서 4000여 명의 고객이 총 23억원의 피해를 보기도 했다. 신분증 사본이나 계좌번호를 온라인상에서 주고받다 보니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도 크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판매점이 폐업을 하거나 연락이 두절돼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피해를 본 소비자들은 ‘페이백 권익보호’라는 별도의 카페를 만들어 사기 사례와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을 정도다.

 이처럼 한동안 주춤했던 보조금 전쟁이 다시 발발하면서 방송통신위원회의 보조금 정책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제재의 ‘약발’이 떨어지다 보니 심야 스폿성 보조금을 기다리는 ‘올빼미’ 스마트폰 구매 희망자만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드림위즈 이찬진 대표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두어 달 전에 산 스마트폰의 할부금이 아직도 수십만원 남았는데 누군가는 그걸 공짜로 사고 석 달 후 해지해 중고폰으로 팔아 돈 버는 폰테크족을 보며 상실감을 느낀다”며 “권위에 도전했다며 일벌백계하겠다고 애쓰는 현실감각을 잃어버린 듯한 방통위와 방통위원들. 그러다 영업정지하면 결국은 애꿎은 영세 자영업자들만 망하게 하겠지요”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보조금 한도를 50만원 정도로 현실화하면 보조금 규정을 어기지 않고도 적당한 요금제로 괜찮은 스마트폰을 공짜로 제공할 수 있게 된다”며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최근 보조금 사태와 관련, 시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방통위는 시장 과열을 주도했다고 판단되는 사업자에 특별 집중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장대호 통신시장조사과장은 “불법 사실이 확인되는 대로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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