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계에 파문 던진 로칠드 재벌의 세대교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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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파리=주섭일 특파원】재벌기업의 세대교체는 「프랑스」에도 나타나고있다. 「프랑스」의 「로칠드」은행이 세대교체를 단행, 구미 경제에 큰 「쇼크」를 주었다. 가족중심으로 똘똘 뭉쳐 가장 견실한 경영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친 이 은행의 갑작스런 신진대사는 은행 본래의 기능을 벗어난 엄청난 기구 확장이 위기를 유발했기 때문이다.
「파리」에 본부를 두고 전세계에 거미줄 같은 고객 망을 보유한 「로칠드·그룹」은 최근 69세의 회장 「기·드·로칠드」가 36세의 장남 「다비드」와 31세의 차남 「나다니엘」에게 모든 경영권을 물려주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불과 25명으로 시작한 「로칠드」은행은 지난 10여 년 전부터 부동산 「호텔」철강 조선 등에 진출했다가 중동전 이후 휘몰아친 경제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프랑스」 최대의 재벌이며 이 은행의 재정 투자회사를 경영해온 52세의 「에드몽·로칠드」 사장도 사의를 표명했으며 76세인 회장의 삼촌 「필립·로칠드」가 호화저택을 처분할 만큼 「로칠드」가의 재정난이 악화되었다는 경제계의 풀이다. 뿐만 아니라 회장의 조카이며 한 팔이었던 61세의 부회장도 「그룹」에서 손을 떼어버렸다. 이같은 「로칠드」가의 움직임은 「프랑스」 경제계의 놀라움을 불러일으켰다.
왜 「기·드·로칠드」회장은 30대의 두 아들에게 모든 경영권을 이처럼 일찌기 이양해야만 했을까? 너무나 무모한 확장을 통해 이 가족회사는 대기업 「그룹」으로 성장했으나 주체하기 힘든 문제들이 한꺼번에 제기됨으로써 회장 자신이 이 모든 야망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부동산 분야에서 「로칠드」는 「파리」교외에 40층의 건물을 지었으나 너무나 큰 손해를 봐 국영건설회사에 싼값으로 팔 수밖에 없었다.
「가스」운반선 전문회사인 「사가」조선을 인수했으나 6천만 「프랑」을 집어넣은 채 국제적인 조선 불황으로 자금 회수가 극도로 부진, 주문 받은 3척마저 취소한 후 파산하고 말았다. 「호텔」사업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세계에 30개 이상으로 비대 확장된 PLM「호텔」은 수지가 맞지 않아 분배금을 지불 못함으로써 주주들의 불만을 샀다.
신임 「다비드·로칠드」 회장은 이 모든 난관을 부인하지 않았으나 『세상에 알려진 것만큼은 악화되지 않았다』고 여운을 남겼다.
다만 『벌여놓은 사업들이 너무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어 우리의 기간 사업체인 은행에 박차를 가하기로 한 것』이라고 새로운 전략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메탈」만큼은 계속 강화하겠다는 결심을 표명했다.
「런던」 「뉴욕」 「마드리드」지점에 역점을 두겠다고도 말한 젊은 「다비드」회장이 은행 중심으로 기구 축소를 단행함으로써 「로칠드」가의 부흥을 기하고자 한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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