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위험한 유통과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18일 하오2시 서울동대문구면목동 T「가스」상회 저장소앞. 화물차에서 「가스」통이 『쿵쿵』소리를 내며 땅에 굴려지고 있다. 지나가는 행인들이 놀라 길을 비켜간다. 대리점에서 이 소매업소에 배달된 50여개의 「가스」통이 모두 내려지기 까지의 시간은 불과 15분.
자칫 많은 인명을 앗는 괴물로 변할 수도 있는 위험물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반화물처럼 취급되고 있는 현장이다.
「가스」가 대량소비단계에 접어들었는데도 생산에서 수요자에 이르는 저장·운반시설등 유통과정은 아직 전근대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압「가스」는 호남정유·대한석유공사·경인「에너지」등 3사에서 원유처리과정에서 생산돼 대리점을 통해 「아파트」등 집단공급시설로 공급되거나 다시 용기에 충전돼 소매업자를 거쳐 일반수요자에게 배달된다. 서울에만 대리점 15개사, 충전소 31개소, 소매상 3백40여개소가 있다.
정유회사나 대리점들은 취급기능사에게 수송책임을 맡겨야 하는데도 인력부족으로 운전사나 일반잡부들에게 책임을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일반 소매상에선 무자격 종업원들이 자전거에 주렁주렁 「가스」통을 달고 곡예하듯 차량사이를 빠져 다니며 일반 가정에 배달하고 「가스」시설까지 해주고 있다.
77년12월15일 서울동대문구답십리3동 유공 「가스」상사 폭발사고는 소매상이 도매상에서 봉인돼 공급된 용기에서 용량을 빼내다 일어난 사고.
「가스」 소매업자들이 대리점에서 공급된 「가스」통에서 용량을 빼어먹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로 되어있다.
50kg짜리 1통이면 10kg짜리 6∼8통이 만들어지며 10kg들이 통에선 2∼3종씩 빼낸다. 이작업을 하기 위해선 모(모) 「가스」통에 뜨거운 물을 계속 부어야 하기 때문에 화약고 옆에서 불을 피우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실제 공급받는 것보다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해 공급받은 것이나 불합격 판정된 용기가 쓰일 수밖에 없다.
대리점에서 충전한 후 붙이게 되어있는 제조회사 이름이 찍힌 봉인을 대리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도 이같은 부정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박준영·최돈오기자>

<가스에 착취제 섞기로>
서울시는 109일 정유3사 관계자회의를 소집, LP「가스」 누출여부를 냄새로 곧 알수 있도록 하기 위해 착취제인「에릴·머카탄」을 현재보다 50%이상 늘려 LP「가스」 1「배럴」에 1,5kg씩 섞도록했다.
서울시는 그동안 혼합착취제를 대량으로 섞을경우 인체에 해를 주는지 여부를 시험한 결과 해가 없다는 결론을 얻고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