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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정책은 안종범 거친다" … 박근혜의 브레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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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청와대 정무수석에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왼쪽)이 내정됐다. 조 장관과 김학용 새누리당 의원이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청와대 비서진 개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의 정무수석 발탁이다. 장관에서 차관급인 청와대 수석으로 급을 낮춰 옮겼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가 재확인되면서 정치적 무게감은 더 커졌다. 또 대선 캠프 출신으로 박 대통령의 정책 브레인인 안종범 의원이 경제수석에 내정되면서 청와대의 친정 체제가 강화됐다는 평가다.

 사상 첫 여성 정무수석에 발탁된 조 장관은 박 대통령과의 인연이 다른 측근들에 비해 짧은, 이른바 ‘신박(新朴)’이다.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발탁해 정계에 입문한 그는 2008년 18대 국회에서 비례대표 의원을 지냈다. 박 대통령과의 공식 인연은 2012년부터다. 박 대통령이 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이때부터 대통령 당선인 시절까지 대변인으로 곁을 지키면서 ‘그림자 수행’을 했다. 박 대통령의 패션과 어투까지 꿰고, 마음을 잘 읽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 장관의 정무수석 기용은 여의도와의 소통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 많다. 특히 여성인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와의 청·야 관계를 의식했을 수 있다. 새누리당 윤상현 사무총장은 12일 “조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 690일의 최장수 대변인을 지낸 소통과 책임감이 검증된 실력파”라며 “같은 여성인 박영선 원내대표 등 야당 지도부와 따뜻한 소통을 이뤄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간 박준우 정무수석에 대한 여의도의 평가는 박했다. 박 대통령으로선 실험적 카드로 외교관 출신인 박 수석을 기용했지만 전공이 다른 박 수석과 여야 의원들은 제대로 의사소통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반면 조 장관은 계파 색이 엷어 관계가 두루두루 원만하다. 국무회의에서 그를 자주 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또렷한 발음, 명쾌한 설명으로 회의 참석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능력이 있다”며 “참석자들에게도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네는 등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돋보였다”고 전했다. 여성가족부 장관 시절 관계 부처 장·차관들과 정책을 조율해내는 데도 수완을 발휘했다고 한다. 다만 일각에선 국회 경력이 비례대표 4년뿐인 데다 대변인 등 실무 역할을 맡아왔다는 점에 비춰 청와대 정무파트에서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의 장악력이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안 의원의 경제수석 기용에 대해선 “언제든 갔을 자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이후부터 “모든 정책은 안 의원의 손을 거친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정책 실세’였다. 당 일각에선 대통령과 경제수석 간의 관계가 ‘고용인-피고용인’ 관계에서 ‘최대주주-소액주주’의 관계로 바뀌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안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입안 단계에서부터 깊숙이 관여해 왔다. 이 때문에 지난해 초 박근혜 정부 출범 때부터 국정기획수석이나 경제수석 후보로 꾸준히 하마평에 오르내렸다. 정부 출범 후에는 당 정책위 부의장으로 활동하며 당·정·청의 가교 역할을 했다. 안 의원과 미국 위스콘신대학에서 공부를 같이 하고, 박근혜 대선캠프의 정책·공약 개발 기구였던 국민행복추진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한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상당수 정책에 안 의원의 손때가 묻어 있는 만큼 애착을 갖고 정책을 추진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관료·학자 중심이었던 청와대 수석자리에 캠프 출신을 중용한 것은 친정체제를 구축해 국정 장악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풀이하는 이가 많다. 세월호 참사로 흩어진 민심을 추스르고, 관피아 개혁 등의 국정과제를 추진하기 위해선 정무감각이 있는 인사들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일찍부터 있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의 정무형 인사 중용 기조는 개각 때도 유지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권호 기자

조윤선 ▶서울▶세화여고, 서울대 외교학과▶김&장법률사무소 변호사 ▶18대 국회의원 ▶여성가족부 장관▶남편 박성엽씨와 2녀

안종범 ▶대구▶대구 계성고, 성균관대 경제학과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19대 국회의원 ▶부인 채미숙씨와 1남1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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