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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식 기자의 새 이야기 ④ 개미잡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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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의 월드컵 첫 경기를 앞두고 마음은 벌써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다. 온 국민이 하나 되어 외치는 함성은 언제나 가슴을 뜨겁게 한다. 우리 선수의 슛이 골대를 맞추는 일 따윈 절대로 없길. 한국 축구에 골대 징크스는 없다!

징크스란 단어가 있다. ‘재수 없는 일,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운명적인 일’이란 뜻이다. 그런데 징크스가 바로 새에서 유래했다. ‘개미잡이’라고 부르는 이 새의 학명은 Jynx torquilla. 라틴어 Jynx에서 영어 징크스(Jinx)가 나왔다.

개미잡이는 분류학상 딱따구릿과에 속하지만 생태는 사뭇 다르다. 딱따구리의 필살기인 구멍 뚫기에 필수적인 강력한 부리가 없다. 대신 이 새는 느릿느릿 다니다 개미를 포착하면 긴 혀를 빼내 잽싸게 낚아챈다.

개미잡이의 생김새는 당혹스럽다. 온통 거무칙칙한 깃에 긴 혀를 빼내는 모습을 보면 뱀을 만난 듯 소름이 돋는다. ‘새는 아름답다’고 말하는 건 편견이란 걸 깨닫게 한다. 개미잡이의 영어 이름 Wryneck은 목이 180도로 꼬이는 것을 표현했다. 천적의 위협을 받으면 녀석은 똬리 튼 뱀처럼 목을 꼬아 ‘쉬익 쉬익’ 소리를 내며 대응한다. 이런 기이한 특성에 주목한 고대 그리스인이 길흉화복을 점치는 데 개미잡이를 활용하면서 운명과 연관된 새가 됐다.

모든 고정관념이 그렇듯이 징크스도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 통쾌하게 깨지는 징크스처럼 우리 모두의 액운이 사라지는 6월이길 기대한다.

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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