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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리치, 부모 돈으로 됐다? 천만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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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억만장자를 능가하는 ‘수퍼리치’는 어떤 사람들일까? 글로벌 부호리서치회사인 웰스엑스(Wealth X)는 11일(현지시간) 발표한 특별보고서인 ‘수퍼리치(UHNW)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서 “그들은 대부분 월가 사람들도 아니고 부모 재산을 물려받지도 않았다”며 “명문대학 출신이 많지도 않았다”고 발표했다. 수퍼리치는 빚을 뺀 재산이 3000만 달러(약 304억원) 이상인 사람들이다. 지난해 말 현재 세계적으로 19만9235명에 이른다. 이들의 재산을 모두 합하면 27조7700억 달러(약 2경8242조원)나 된다. 미국과 중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을 합한 것과 얼추 비슷하다. 웰스X는 “거대한 부의 규모 탓에 그들의 정확한 특징이 제대로 분석되지 않았다”며 “수퍼리치 전체를 부의 원천, 출신학교 등에 따라 분류해 보니 통념과 적잖이 다른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바로 ‘수퍼리치에 대한 오해와 진실 8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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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 대부분 부모나 조상을 잘 만났다?

 전체 65%가 자수성가했다.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직장생활을 하며 모은 9800달러로 투자해 억만장자가 됐다. 상속자들도 조금씩 차이를 보였다. 16%는 재산을 물려받기는 했지만 부를 더 불렸다. 나머지 19%가 2013년 현재 보유한 재산 모두가 물려받은 것들이다.

 ② 수퍼리치는 대부분 금융가들이다?

 전체 19%만이 금융계에서 일한다. 다만 부를 일구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금융수단을 활용해 재산을 축적한 비중이 50% 가까이 됐다. 대중의 생각이 터무니없지는 않은 셈이다.

 ③ 정보기술(IT) 부호들은 대부분 대학 중퇴자들이다?

 기술 벤처기업으로 부를 일군 사람들은 대부분 대졸 이상이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중퇴했다고 해서 다른 실리콘밸리 부호도 그런 것은 아닌 셈이다. 그런데 전체 수퍼리치 가운데 IT 등 기술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은 4.1%밖에 되지 않았다.

 ④ 대부분 명문대 출신이다?

 미국 동부 명문사립대를 졸업한 부호들은 3.5%밖에 되지 않았다. 또 수퍼리치 13.6%는 아예 대학 문전에도 가보지 못한 사람들이다.

 ⑤ 경기변동과는 상관없다?

 금융위기가 세계를 뒤흔든 2008~2009년 수퍼리치 숫자가 20% 정도 줄었다. 그들의 재산 총액도 22% 감소했다.

 ⑥ 중국 부호들이 급증세다?

 장기적인 트렌드를 보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지난해 부자 숫자 증가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파키스탄이었다. 증가율이 34%나 됐다. 다음은 아프리카 나이지리아로 32%였다. 재산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나이지리아(33%), 아랍에미리트(27%) 등이었다. 지난해 중국 수퍼리치들의 숫자와 재산 규모는 오히려 줄었다.

 ⑦ 그들은 인색하다?

 평생 기부액이 재산의 1%보다 적은 100만 달러 정도인 부자들이 전체 3분의 1이었다. 적지 않은 부자들이 통 크게 굴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반면 수퍼리치들의 평균 기부액은 2500만 달러였다. 사람에 따라 다른 셈이다.

 ⑧ 모두 전용기나 요트를 갖고 있 다?

 전용기나 길이 30m 이상인 요트를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은 4만 명 정도로 조사됐다. 전체 20% 남짓이다. 이들을 제외한 수퍼리치들은 여객기의 1등석이나 비즈니스클래스를 이용하고 있다.

 웰스 X는 “수퍼리치를 겨냥한 마케팅이 관심을 끌고 있다”며 “하지만 그들의 특징과 성향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는 마케팅이 성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남규 기자

◆UHNW=순재산이 특별히 많은 사람들을 의미하는 영어 ‘Ultra High Net Worth’의 머리글자. 글로벌 자산운용업계에서 ‘수퍼리치’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시대마다 기준이 다르다. 2000년 이후부턴 빚을 뺀 재산 3000만 달러가 최저 기준으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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