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혁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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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피서지로 이름난 미국의 「마이애미비치」 에서는 노인들 치기배가 늘어나서 골치를 앓고있다.
연중 햇빛이 따스한 이곳으로 은퇴한 노인들이 많이 몰려든다. 그러나 연금만으로는 살림을 꾸러 나가기가 어렵다. 하는 수 없이「슈퍼마키트」 에서 식품들을 슬쩍하는 유혹에 빠진다.
한편 사회보장이 완벽하다는「스웨덴」 에서 노인의 자살 수는 세계 제2위로 많다. 그것도 65세 전후의 노인이 제일 많다. 바로 정년퇴직을 전후해서의 나이다.
노인의 인구는 날로 늘어가며 있다. 65세 이상의 인구는 「오스트리아」·「스웨덴」·영국에서는 전 인구의 10%, 미국은 무려 11%에 이르고 있다.
일본도 이미 8%나 된다. 15년전에는 5·7%뿐이었다.
소산소사의 세계적인 경향에서는 노령 인구가 늘 수밖에 없다. 이것을 미국에서는 『회색혁명』 이라고 부르고 있다.
최근에 미연방정부에서는 정년퇴직 제도를 폐지했다. 3백만명의 공무원이 일하고 싶으면 언제까지라도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 발맞춰서 민간기업도 65세의 정년을 70세로 끌어 올렸다.
이대로만 가면. 10년후에는 장년2· 5명이 노인 1명씩을 부담해야 하게 된다.
미국에서는 연방정부의 의료비 l「달러」중의 57%, 곧57 「센트」가 노인의 의료비다.
꽤 많은 듯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정기적인 건강진단을 위한 비용도 빠지지 않는다.
더우기 미국의 경우 노인중의 16%는 빈곤층이다. 「스웨덴」에서도 제대로 된 양로원에 들어갈 수 있는 여유 있는 노인은 그리 많지 않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가령, 「필라델피아」에 있는 한 노인 「센터」에서 살자면 한 달에 3백50「달러」가 든다. 노인들이 받는 연금이 평균 2백「달러」니까 l백50 「달러」 이상은 달리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회색혁명』 이 미치는 영향은 이밖에도 엉뚱하게 많다. 정년제의 폐지는 미국을 더욱 보수적인 노인의 나라로 만들고 있다. 이 때문에 젊은이들이 사회인으로서 이륙할 수 있는 나이는 점점 늦어지고 있다.
이래서 위가 막힌 젊은 세대의 욕구불만도 날로 늘어만 간다.
세대간의 단절감도 늘어만 가고….
17일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현대문명 속에서 소외돼 가는 노인들의 복지 후생을 증진시키고 노후생활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법안을 제정해 달라는 청원이. 국회에 들어왔다.
우리나라에서도 『회색혁명』은 놀라운 속도로 진행중에 있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나도 노인문제에 까막눈들이다. 경노사상이 대단하다는 우리나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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