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의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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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달말에 영국 「플리머드」항에서 1백50t짜리 구식 범선이 세계일주의 길을 떠난다.
꼭 4백년전 영「엘리자베드」여왕시대에 「캡틴」 「프란시스· 도레이크」가 이와 똑 같은 배로 세계를 일주하는데 성공했다.
그때의 장거를 기념하기 위해 영국 과학탐험협회가 기획한 것이다. 따라서 「도레이크」가 밟은, 항로를 그대로 따라가도록 되어 있다.
2년 걸려서 끝나게 되는 이 「도레이크계획」 에의 참가자 응모자격은 17세에서 24세까지의 젊은이. 온 세계에서 몰려온 지원자들의 선발에는 「찰스」 황태자도 직접 참여했다.
「도레이크」계획의 목적은 다음 세대를 걸머지는 젊은이들에게 위험심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험을 위한 「리더십」을 키우자는 데 있다.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이 협회에서 응모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세계의 탐험사에는 아직 한 명의 한국인도 이름이 끼여 있지 못한 때문이다.
그러나 중앙일보· 동양방송과 대한산악연맹이 공동 주최한 한국극지탐험대원 11명이 57일간의 북극탐험을 마치고 오늘 돌아온다.
그들은 북위80도2분까지 진출, 해발1천4백m의 빙하고지에 태극기를 꽂았다.
실로 한국인으로서는 처음 있는 쾌거였다. 따지고 보면 그들이 북극에 발을 들여놓은 다음부터의 발자국들은 모두 한국 초유의 기록들이었다.
북극의 탐험사는 통상로의 개척과 밀접하게 얽혀 있다. 「유업」 북서부나 북「아메리카」 에서 「아시아」로 빠지는 최단 항로는 북극을 거치는 길이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북극탐험대의 후원자들은 무역상사들이 아니면 정부들이었다.
「러시아」의 「표트르」 대제는 18세기초에 북방 대탐험을 명령했다. 한편 19세기 전반에 여러 차례 영국이 했던 이 북극탐험은 모두 해군에 의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북극의 항로를 찾아 헤맨 탐험가들은 모두 미지의 세계에 대한 앙칼진 호기심, 자연에 도전하겠다는 집요한 투지, 그리고 신비를 찾는 무한한 모험심들에 이끌렸을 뿐이다.
그들은 순수한 탐험심에 의해서만 움직였다. 그리고 이 숭고한 탐험의 정신에 이끌리는 대로 목숨을 잃기도 했다.
오늘 개선하는 한국의 북극 탐험대는 이들 옛 탐험가들이 남긴 피로 얼룩진 발자취를 더듬어 본 것이다.
그들은 극지에 관한 진기한 자료들을 1백여점이나 수집해 온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이 우리국민, 그 중에서도 특히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안겨주는 가장 소중한 선물은 따로 있다. 미지에의 무한한 위험심과 탐험에의 꿈과 의지인 것이다. 우리의 내일을 보다 풍요하게 만드는 것도 바로 이런 것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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