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히 파헤친 인간 조건|노벨 문학상 수상 「싱거」의 인생과 작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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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영국의 「그레이엄·그린」, 서독의 「귄터·그라스」, 「프랑스」의 「시몬·드·보브와르」, 「더키」의 「야샤르·케말」 등 세계적으로 이름난 문인들의 이름이 후보자로 거론된 가운데 금년도 「노벨」 문학상은 「폴란드」 출신의 미국 작가 「아이작·바셰비스·싱거」에게 돌아갔다.
널리 알려진 작가는 아니지만 미국 문단에서 독특한 위치를 구축해 온 「싱거」는 1904년 「폴란드」의 「라자민」에서 유대교의 율법 박사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1, 2차 세계 대전 중 「폴란드」에서 「저널리스트」로 활약하면서 창작 수업에 몰두했다. 그는 성장하면서 소설가이며 희곡작가인 그의 형 「이스라엘·조슈아·싱거」(1893∼1944)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35년 「이디시」어(독어·「헤브루」어 등의 혼성 언어)로 첫 소설 『「고레이」의 「사탄」』을 발표한 후「나치」의 「폴란드」 점령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로부터 8년 후 미국 시민권을 취득, 미국에 귀화한 그는 「아이러니」와 「위트」가 가득 담긴 일련의 소설들을 발표, 50년과 56년 두 차례에 걸쳐 「래미드」상을 수상했으며 63년에는 「다로프」상을 수상하여 명성을 떨쳤다.
미국에 귀화한 후에도 주로 「이디시」어로 작품 활동을 계속해 온 그의 작품 세계는 모국인 「폴란드」를 비롯한 동구 제국의 유대인 공동사회를 주제로 한 것이었다.
말하자면 다른 유대계 작가들의 작품 세계와는 달리 그는 정통적인 「유다이즘」의 전통을 고수해 왔다고 할 수 있겠는데 이러한 배경에서 쓰여진 그의 작품들은 삶의 근원적인 문제보다 생동하는 다양한 사회생활에 있어서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기지 넘치고 해학적인 면으로 많이 보여주었다.
가령 그의 최근작으로 꼽히는 『장원』(1967)은 「바르샤바」와 「폴란드」의 시골을 배경으로 삼으면서 「러시아」 대 군주와 지주에 대한 이야기를 설화체로 쓰고 있는데 l863년 실패로 끝난 혁명의 후유증이 여러 세대에 걸쳐 어떤 영향을 나타내고 있는가를 재미있게 묘파해 보이고 있다.
그는 장편에서보다 단면에서 더욱 탁월한 재능을 나타내 보인 작가로 알려지고 있다. 간결하면서도 함축성 있는 그의 언어 구사는 『적은 말로 많은 것을 나타내는』묘한 힘을 지닌 것으로 평가돼 왔다.
역시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노예』(1962)는 유대인 노예를 주인공으로 하여 주인의 딸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감각적으로 다뤄 그의 또 다른 일면을 보여 주었다. 그것은 기괴한 형태의 사랑으로 비춰지는데 그는 합리성을 바탕으로 하여 작품을 쓰면서도 때로는 이처럼 비합리적인 면도 보여줌으로써 그의 작품 세계가 끝없이 다양하게 확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그는 미국에 이주한 후 16편의 장편과 다수의 단편을 발표했는데 그의 작품의 대부분은 발표되자마자 영역 출판되어 평단과 독자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가 미국 독자들에게 보다 폭넓은 공감을 얻지 못했던 까닭은 그의 작품 세계가 보편성을 띠지 않았으며 영어로 작품을 쓰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문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그의 작가적 위치를 「토마스·만」과 비교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는 『아버지의 뜰에서』(1966)라는 유일한 자서전적인 소설을 발표했는데 이 소설은 「바르샤바」에서의 어린 시절을 「리얼」하게 보여주어 그의 성장기와 그의 문학적 배경을 엿보는데 커다란 구실을 하고 있다.
그는 40년 「알마·하이만」과 결혼, 슬하에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정규웅 기자】

<「싱거」의 약력>
▲1904년 「폴란드」출생
▲20∼27년「바르샤바·라비니칼·재미너리」에서 수학
▲35년 첫 장편 『「고레이」의 「사탄」』발표
▲35년 미국 이주, 「뉴욕」의 「이디시」어 신문 「주이시·데일리·포워드」에서 기자로 활약
▲43년 미 시민권 획득
▲주요 작품=『「모스카트」가족』(50) 『「루블린」의 마술사』(60) 『노예』(62) 『장원』(67) 『적들, 그리고 어느 사랑 이야기』(72) 등 장편과 단편집으로 『바보「김펠」』(57) 『시장 거리의 「스피노자」』(61) 『짧은 금요일』(64) 『강신』(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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