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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이 좁다 넥센 '호호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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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홈런 부문 1·2위인 넥센의 박병호(27개)와 강정호(오른쪽·18개)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신기록에 도전한다. 박병호는 이승엽이 세운 한 시즌 최다 홈런(56개)을 넘어설 태세다. 강정호는 이종범이 보유한 유격수 시즌 최다 홈런(30개) 경신을 노린다. [뉴스1]

프로야구 넥센의 박병호(28)-강정호(27) 콤비, 이른바 ‘PK포’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들은 외국인 타자들을 제치고 시즌 홈런 1, 2위를 달리고 있다.

 박병호는 10일 목동 삼성전 1회 말 첫 타석에서 중월 2점홈런을 터뜨렸다. 삼성 선발 밴덴헐크의 직구를 통타한 타구는 중계 카메라가 쫓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높게 날아가 전광판을 넘어 경기장 밖으로 사라졌다. 비거리 145m. 프로야구 역대 최장거리 홈런에 5m 모자랐다. 8일 두산전 마지막 타석에 이은 두 경기 연속 장외 홈런이었다.

 10일 현재 56경기에서 홈런 27개를 터뜨린 박병호가 이 페이스를 유지해 올 시즌을 마치면 61~62개를 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름에 컨디션이 다소 떨어진다 하더라도 2003년(이승엽 56개·심정수 53개) 이후 11년 만에 50홈런 시대가 열릴 가능성은 충분하다.

 박병호에 이어 5번 타순에 나서는 강정호의 기세도 대단하다. 그는 이날 4-5로 뒤진 8회 말 솔로 홈런을 때려 팀을 패배 위기(5-5 무승부)에서 구했다. 시즌 18호 홈런으로 테임즈(NC)를 제치고 이 부문 단독 2위다. 2012년 개인 최다 홈런(25개)은 거뜬히 넘어설 전망이다. 1997년 이종범(당시 해태)이 세운 유격수 시즌 최다 홈런(30개) 기록도 갈아치울 기세다. 최근 목동구장에는 강정호를 보기 위해 미국과 일본 스카우트들이 몰려들고 있다. 그는 올 시즌 후 구단 동의를 얻으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다.

 야구에서는 ‘우산 효과’라는 용어를 쓴다. 두 명 이상의 강타자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는 의미다. 이승엽(38·삼성)이 54홈런을 쳤던 1999년엔 스미스(40홈런)가, 56홈런을 때렸던 2003년엔 마해영(38홈런)이 뒤를 잘 받쳐줬다. 염경엽 넥센 감독도 “강정호가 뒤에 있기 때문에 투수들이 박병호를 쉽게 피하지 못한다. 그래서 박병호의 홈런이 늘었고, 박병호가 걸어 나갈 땐 강정호에게 좋은 찬스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90년대까지 김봉연(21개)-김성한(18개·1986년 해태), 김성래(22개)-이만수(18개·1987년 삼성) 등 같은 팀 선수가 홈런 1, 2위를 차지한 사례가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팀 수가 많아지고 홈런 타자들이 대거 등장한 2000년대 이후에는 이대호(26개)-호세(22개·2006년 롯데), 김상현(36개)-최희섭(33개·2009년 KIA) 등 두 차례밖에 나오지 않았다. 외국인 타자들까지 압도하는 ‘PK포’는 선배 콤비보다 더 많은 홈런을 때릴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KIA는 11일 광주에서 한화를 9-2로 꺾고 전날 9회 대역전패를 설욕했다. 임준섭이 6과3분의 1이닝 2실점으로 시즌 3승째를 거뒀다. 부산에선 5위 롯데가 8회 손아섭의 쐐기 투런홈런에 힘입어 LG에 4-1로 승리해 공동 3위 두산·넥센을 2경기 차이로 추격했다. 넥센-삼성, 두산-NC 경기는 우천으로 취소됐다.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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