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 民政수립 때까지 막강 '代統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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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가 무너지면 사담 후세인의 자리를 차지할 세계적인 뉴스 메이커가 있다. 민주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이라크를 통치할 미국인 제이 가너(65)다.

토미 프랭크스 미 중부사령관이 군정사령관을 맡게 되지만 이는 치안을 맡는 '주둔군 사령관'이며, 과도정부 수반은 군정의 행정청장으로 내정된 가너다.

그의 역사적 역할은 막중하다. 그는 23개 부처를 두고 2천4백만 이라크 국민을 통치하게 된다. 공항.다리.도로.빌딩.학교.병원 등 엄청난 국가시설을 재건해야 한다. 무엇보다 그는 자폭테러와 거칠어진 아랍의 반미정서를 버텨내면서 새 이라크 민주정부를 구성해야 한다.

가너는 1960년대 초 육군에 들어가 38년간 복무했다. 베트남전에 두 번 참전하면서 그는 테러.미사일.레이저무기 전문가가 됐다. 91년 걸프전 때 그는 패트리엇 요격용 미사일 부대를 지휘했다. 전후 가너는 육군의 우주.전략방어사령관으로 승진한다.

97년 중장으로 예편한 뒤 가너는 방산업체인 SY 콜먼사의 회장이 됐다. 이 회사는 패트리엇 미사일과 이스라엘에 배치된 애로 요격 미사일 제조에 참여했다.

가너 회장은 나중에 국방장관이 된 럼즈펠드가 위원장을 맡은 우주전략과 미사일 위협에 관한 위원회에서 위원으로 일했다. 럼즈펠드-가너 커넥션은 이때 다져졌다.

'가너 행정청장'에 대해서는 찬반이 있다. 비판론자들은 미사일 생산에 기여해 이라크 '파괴'를 도운 사람이 '재건'을 맡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국가안보를 위한 유대인 연구소'주관으로 2000년 10일간 이스라엘을 여행하는 등 가너가 친이스라엘 입장을 지켜 중동의 화합에 기여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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