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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통령 선영찾아 성묘…주민과 환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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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박정희 대통령은 20일 경북구미시상모동 향리선영을 찾아 성묘하고 금오산관광「호텔」에서 1박한후 21일 구미시청에 들러 시경보고를 받고 돌아오는 길에 충북 옥천에 있는 빙부·빙모 묘소를 찾아 성묘했다.
20일 하오1시40분 작은영애와 함께 상모동에 도착, 곧바로 금오산기슭 마을뒷산에 자리잡은 선영을 찾은 박대통령은 약30분간 산길을 걸어 올라가 선조 묘소를 차례로 들러 헌화하고 묵념을 올렸다. 그리고는 작은 영애에게 비문의 내용을 쉽게 설명해주었다.
성묘를 마친 박대통령은 산을 내려오면서 밤나무등의 생육상태를 살펴봤다.
수행원 몇 사람만 데리고 온 박대통령은 환영나온 주민들과도 일일이 악수를 나누면서 『안녕하세요』라고 답례했다.
박대통령은 지난 장마에 무너져 내려앉은 언덕에서 사방사업을 하고 있던 사람들과 마주치자 『옛날에 비가 오면 이 부근의 농토가 곧잘 떨어져 나가곤 했다』며 『잔디를 입히고 난뒤 진달래·개나리·철쭉등을 심으면 한층 경관이 아름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집앞 길가에 모여선 주민들 앞에서 박대통령은 머리에 부스럼이 난 어린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수행한 주치의 민적기 박사에게 약을 주도록 이르고 그 옆에 있던 어린이 어머니에게 『이동네에서는 병이 나면 어디에 가서 치료를 받는가』『진료 「카드」를 가지고 있는가』고 물어보면서 의료보호실시의 실태를 직접 확인했다.
박대통령은 생활보호대상자들은 의료보호제도로 치료를 받고, 직장에 다니는 사람은 의료보험에 가입하면 되지만 그외의 사람들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이에 대한 연구를 하도록 수행한 관계관에게 지시했다.
어린이들을 보고는 『어린이들의 모습도 매우 밝고 깨끗해 졌으며 동네 한결 환해 보인다』고 박대통령은 말했다.
박대통령은 생가로 가는 골목 입구에 있는 김덕용씨(69)의 집 안으로 들어가 『옛날보다 집이 넓어졌군요』『자제분은 아직도 교편을 작고있나요』『올 농사는 괜찮습니까』라고 물었다.
박대통령은 마침 옛날 문경국민학교에서 교편을 잡았을때 가르친 40여년전의 제자 주영배씨(53)를 단번에 알아보고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가』고 반가와 했다.
뒷산에 대나무·밤나무·감나무·「포플러」가 짙게 드리워선 20평 남짓한 생가(상모동171)에 걸어서 들어간 박대통령은 대문앞까지 달려나온 형수 송임임순여사(68)의 마중을 받고 인사를 나눴다.
마루에 올라 잠시 쉬면서 막걸리를 요청한 박대통령은 풋고추와 김치·고추장만으로 갑자기 준비한 술상이 나오자 『추석이 지난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이것밖에 없어요』 『우리 집인데 내가 안 사니까 대접이 이렇다』고 농담을 하면서 앞서 만났던 제자 주씨등과 마주 앉아 막걸리를 마셨다.
박대통령은 『옛날 문경에서 자전거를 타고 제자의 가정방문을 가면 수염이 긴 학부형들로부터 막걸리를 대접받곤 했다』고 회상하고 몇 사람의 제자 이름을 대면서 『지금은 모두들 무엇하는가』고 물었다.
박대통령이 태어난 이 생가에는 디딜방아와 가마솥이 걸린 부엌, 헛간이 곁들인 초가삼간이 옛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다.
박대통령은 생가에서 약45분 동안 머무른뒤 마을 어귀에 세워진 경로당에 들러 10여명의 노인들에게 『추석은 잘들 쉬셨읍니까』 『「텔레비전」도 있군요』 라고 인사했는데 『딴 것은 다 풍족해서 소원이 없읍니다만 우리 노인회에서 청와대를 한번 구경하고 싶어합니다』라는 노인들의 건의를 받고 『내년봄에 연락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는 추석 막걸리 값에 쓰라고 금일봉 주었다.
박대통령은 이어 금오산도립공원으로 가서 갓 정화준공된 채미정을 시찰, 『잘 정화해 놓았으니 지금부터 관리를 잘해달라』고 관리인에게 당부했다.
박대통령은「노타이·셔츠」차림에 단장을 짚고 「케이블·카」로 금오산에 올라 오금폭포의 주위를 돌아보고는 『주변이 지난해보다 많이 깨끗해졌다』고 말했다.
박대통령은 안내한 박진용 금오산 관광개발사장에게 『옛날 우리가 학교 다닐때는 소풍을 오더라도 꼭 주변청소를 깨끗이 하고 떠났는데 언제부터 아무렇게나 버리는 습성이 생겼는지 모르겠다』면서 자연보호운동의 계속적인 추진을 당부했다.
『옛날에는 등산로를 따라 오르내릴때 가을철 단풍이 붉게 물들어 장관을 이루었는데 가지가 울창하게 뻗은 굵은 소나무들이 많이 없어졌다』고 지적한 박대통령은 『운동 삼아서 등산로를 따라 걸어 내려가자』고 하여 약30분 동안 비탈진 산길을 따라 숙소인 금오산관광 「호텔」까지 걸었다.
박대통령은 21일 상오 김수학 경북지사의 안내로 구미시청에 들러 이규선시장으로부터 시정현황을 보고 받고 미리부터 시의 발전계획을 치밀하게 수립하여 일정규모이상으로 인구가 팽창하지 않도록 사전에 철저한 대책을 세우고 우리나라에서 처음 세워지는 계획도시인만큼 모범도시로 조성하라고 지시했다.
박대통령은 공무원 「아파트」건설을 위한 택지를 확보하면 두어동을 지원해 주겠다고 약속학고 『고속도로와 철도주변에 집을 지을때는 상당한 간격을 두고 소음을 흡수하는 새로운「가드레일」같은 것을 설치하면 좋을것』이라고 말했다.
박대통령은 이어 방위산업 고나계공장을 시찰, 작업중인 종업원들을 격려한 다음 새로 조성되는 공단건설 현장과 신축중인 구미전자공고도 두루 살펴봤다.
박대통령은 서울로 오는길에 충북 옥천군 옥천읍 교동리 동산의 빙부모 묘소에 성묘하고 영부인 고 육영수여사의 생가에 들러 잠시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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