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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창간 13주년 특집|법고는 말한다…어떤 다수에도 어떤 소수에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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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3면

가슴마다 벌떡이는
법고소리다
잠 못자는
밤에는 꿈자락으로
속력에는
균형으로
기다림에는
웃음으로
법고는 말한다
광물에도 짐승에도
이승에도 사어에도
생각에도
생각아닌 것에도
어떤 발명에도
어떤 경쟁에도
어떤 계산에도
어떤 다수에도
어떤 비정에도
어떤 소수에도
법고를 친다
그를 슬퍼하소서
그녀를 아끼소서
그를 아파하소서
그녀를 위로하소서
믿으소서
만나소서
안녕하소서
대답하소서
법고를 본다
서러운 소원이 이루어진 날
불쌍한 소원이 이루어진 날
억울한 소원이 이루어진 날
약한 소원이 이루어진 날
깜깜한 소원이 이루어진 날
외로운 소원이 이루어진 날
법고의 침묵은 사라진다
어떤 사정에도
한없이 무수한
보람을 듣는다
언제나 한없이
무수한 생명을 듣는다
누구나 한없이
무수한 빛을 듣는다
▲경북상주출생· 57세 (본명 김영탁)
▲불문에 귀의, 동학사 등 여러 절에서 경전연구
▲「신천지」등에 시 발표, 작품활동 시작
▲제1회 현대문학신인문학상 수상
▲장시 「소인」 시집 『시집I』 등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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