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며칠전 용산시장에 들러 농협에서 파는 배추를 사느라 무려 3시간30분을 서서 승강이를 벌인적이 있다. 마침 큰딸아이와 함께 갔었다. 3포기에 1천원하는 배추를 사기위해 줄을선 행렬이 까마득했고, 그것마저 못살까 옆으로 끼어드는 사람, 끼어주지 말라고 고함을 지르는 소리…3시간 넘게 딸아이 손목을 잡고 이 아우성 광경을 지켜보려니 무어라 표현하기 어려운 착찹한 생각이 들었다.『엄마, 우리 김치먹지마.』 마침내 딸아이 마저 이렇게 말하는것이아닌가.
옆의 어느 주부는 홍제동까지 갔다가 배추를 못샀다고했다. 또 한사람은 상오5시부터 배추를 사러 나섰다고 했다.
어디서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었기에 이렇게 해야 되는지? 물론 피땀흘려 지은 농사, 그 이익이 농민들에게 돌아간다면·우리는 더 말할 나위없이 감수하겠다.
그러나 농민들은 농민들대로 만족하지 못하다고 배추밭을 찾아갔다온 어느 주부가 한탄을 했다. 어찌해야 할것인가?·작년 늦가을 집값이 뛰기 시작한 이래 금년여름에는 연탄값이 오를것이라하여 품귀현상이 대단했었다. 그때 고지대에는 연탄배달을 안해줘 식구들이 한강씩 날라다 쓴적이 있었다.
오르지 않는 월급, 1년에 한번 올라야 아무소용이 없게 항상 적은 월급으로 허덕이며·사는 도시의 서민들로선 이 모든것이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하는가하는 막연하고도 착잡한 두려움만 가득할 뿐이다. 추석을 지나고 한결 싸늘해진 가을 날씨를 대하니 벌써 이 겨울이 무섭게 느껴진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