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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버해협만 왔다 갔다" 영국에 면세 「쇼핑」선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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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4면

「인플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거의 광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현상은 「유럽」쪽에서도 마찬가지다.
1년에 두번씩 있는 유명 백화점의 「세일」때가 되면 「점잖은」 영국의 신사 숙녀들도 정신을 잃는다. 백화점마다 밀치고 짓밟고 하는 소비자들의 극성 속에서 난장판이 벌어진다. 백화점 앞에는 먼저 들어가서 값싼 물건을 사려는 초 극성파들이 1주일 전부터 아예 야전침대를 갖다 놓고 철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디언」지는 최근 『「인플레」시대의 극복』이라는 특별기획을 마련하고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저축보다 즉시 소비하는 것뿐』 이라고 주장, 소비자들의 환물 심리를 자극하기까지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쇼핑」관광이 하나의 「붐」을 일으키고 있다. 『주말을 이용해서 「도버」 해협을 건너 「프랑스」 관광을 즐기고 돌아오는 길에 면세점에서 물건을 사오면 여행비가 빠진다』는 특수 관광안내도 등장했다. 사온 물건을 비싼 값에 되팔 수는 없게 되어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소비의 절대액수는 오히려 불어나는데도 모두들 꾸역꾸역 잘도 간다.
영국으로 「쇼핑」관광을 오는 수는 더 많다. 영국에 들어오는 연간 관광객 수는 8백만명인데 이중 반수 이상이 「유럽」에서 오고 그 중 상당수가 「쇼핑」이 제2의 목적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대륙쪽 보다 영국의 물가가 약간 싸기 때문에 「쇼핑」유인은 영국쪽에 더 많다.
그래서 영국의 한 선박회사는 아예 해상 「쇼핑·센터」를 취항시키기 시작했다. 「채널·크루즈」라는 선박회사는 「벨기에」의 「오스탕드」와 「프랑스」의 「덩케르크」사이에 4천t급의 「아쿠아마트」호를 하루 3회 취항시켜 관광「쇼핑」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다.
이 배는 공해상을 통해 3시간 항해하게 되므로 소비자들은 「외국」을 여행한 셈이 되니까 면세품을 사서 다시 「귀국」하면 EEC규정에 따라 1백「파운드」(9만원)어치까지는 관세를 물지 앉는다는 논리인 것이다. 그러나 배까지 몰고 와서 자국국민들에게 면세품을 팔려는 영국 선박의 침입에 위협을 느낀 「벨기에」와 「프랑스」는 특수관세를 매겨 여행자들의 면세혜택을 도로 빼앗으려 하고있다.
역사를 통해 수 없이 해전을 목도해온 「도버」해협은 이제 현대판 해전-소비 쟁탈전-을 겪게 될 것 같다.
영국의 해상 「쇼핑·센터」에서 면세품을 사오다가 세관의 역습을 받아 주춤하고 있는 「벨기에」의 여행자들의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런던=장두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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