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쳤던 신문 1부값 이제 보냅니다"

미주중앙

입력


샌버나디노에 사는 80대 한인이 신문 한 부값을 보내게 된 사연을 쓴 편지와 동봉한 쿼터 동전 3개.

최근 중앙일보에 25센트 동전 3개가 동봉된 편지 한 통이 날아들었다. 발신인은 '샌버나디노에 사는 80옹'이라고 되어 있었다.

편지는 A4용지 한 장 분량을 타이핑한 것이었다. 제목은 '3개의 동전의 내력'이라고 되어 있었다.

내용을 요약하면 가판대에서 신문 한 부를 꺼내려 했는데 동전이 두 개밖에 없었고, 마침 지나던 사람이 동전 하나를 주길래 고맙게 받아 가판대를 열었는데 그 사람의 요구로 신문 2부 꺼내 나눠 가졌다는 것이다. 이후 자책감에 시달리다가 편지와 함께 신문 한 부값을 동봉한다는 내용이었다.

다음은 편지의 주요 내용.

"그날 꼭 보아야 할 기사가 중앙일보에 게재된 것을 알고 (정기독자가 아니었기에) 가판대를 찾아 나섰습니다.
편도 40분은 걸리는 한인 쇼핑몰로 차를 몰았습니다. 중앙일보 가판대 앞에 섰을 때 동전이 두 개밖에 없어 한 개가 모자란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커피나 한 잔 마시고 동전을 바꿔오리라 마음 먹고 가판대를 떠나려는데 점잖게 생긴 남자 한 분이 다가서며 '동전이 모자랍니까?' 하면서 쿼터 하나를 내밀었습니다.
나는 얼떨결에 '아이구 고맙습니다' 하면서 받아 동전 3개를 가판대에 넣었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친절한 사람도 있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가판대 뚜껑을 열고 신문 한 부를 꺼내는 순간 그 남자가 '한 부가 아니라 두 부를 꺼내야지요, 두 부 꺼내요' 하고 소리지르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 순간 그건 안되지, 하는 생각과 일이 심상치 않게 꼬이는구나 하는 생각이 교차했지만 얼떨결에 두 부를 꺼내고 말았습니다.
그 남자는 한 부를 받아들곤 어디론가 떠나버렸습니다. 그날부터 나는 가판대를 속였다는 자책감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80평생 경험해보지 못한 절도 행위의 공범자가 된 부끄러운 마음을 달래보려고 그날 가판대에 마땅히 들어갔어야 할 동전 3개와 그 내력을 적은 편지를 보내드리게 된 것입니다.
중앙일보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샌버나디노에 사는 80옹."

정리=신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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