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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조숙증 원인과 예방

중앙일보

입력

뚱뚱한 아이는 성호르몬 분비가 활발해지면서 사춘기 급성장기가 빨리 찾아온다. 또래보다 키가 크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둔 최은영(43·서울 잠원동)씨. 요즘 아이 식단에 부쩍 신경을 쓴다. 지난해부터 아들의 키가 거의 자라지 않아서다. 평소 패스트푸드·탄산음료를 좋아하지만 또래보다 한 뼘가량 커 키 성장을 염려하지 않았다. 키 1m60㎝, 몸무게 61㎏으로 다소 통통하지만 나중에 살이 키로 갈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목소리가 굵어지고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성장이 멈출까 봐 걱정이다.

 또래보다 일찍 사춘기를 겪는 성조숙증 어린이가 늘고 있다. 성조숙증은 성호르몬이 활발해져 2차 성징이 평균보다 빨리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성조숙증으로 치료받은 만 5~14세 어린이는 2007년 9807명에서 2011년 4만8568명으로 약 5배 뛰었다.

 문제는 키 성장이다. 서정한의원 성장클리닉 박기원 원장은 “사춘기 급성장기를 거치기 때문에 지금 아이가 잘 자라고 있어 키가 크다고 안심해 방치하기 쉽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체 변화가 일찍 시작된 것일 뿐 최종 키는 정상적으로 사춘기를 거친 또래보다 작을 가능성이 높다. 성호르몬이 성장판 노화를 촉진해서다. 성장판이 빨리 닫혀 키가 클 수 있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다. 박 원장은 “성조숙증을 앓는 아이는 대부분 실제 나이보다 뼈 나이가 더 많은 상태”라고 말했다. 성조숙증을 조기에 치료해야 하는 이유다.

성장호르몬 제 역할 못하게 하는 비만

 사춘기라고 성장이 완전히 멈추는 것은 아니다. 이 시기에는 성장호르몬·성호르몬이 동시에 성장판에 작용해 신체가 빠르게 성장하는 급성장기를 거친다. 여학생은 사춘기 초기에, 남학생은 사춘기 중반 이후 최고 성장속도를 보인다. 사춘기 급성장기를 지나면서 여자는 평균 13㎝, 남자는 19㎝ 정도 자란다. 사춘기에 따라 성인이 됐을 때 최종 키가 결정되는 셈이다. 이후 급성장기가 지나면 성장판이 서서히 닫히고 성장 속도 역시 느려진다.

 성조숙증이 키 성장만 방해하는 것은 아니다. 이 시기 비만은 성인으로 이어지기 쉽다. 덩달아 당뇨병·고혈압 같은 성인병 위험도 높아진다. 정서적 문제도 있다. 남보다 신체가 빨리 발달해 부끄러움을 타면서 소심하게 변한다. 집중력이 떨어져 학업 성적이 부진해지는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성조숙증 원인은 대개 영양과잉·비만이다. 비만으로 체지방률이 높아지면 성호르몬 분비가 또래보다 활발해진다. 사춘기를 앞당겨 성조숙증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의미다. 비만은 호르몬 내성을 증가시켜 성장호르몬이 제 역할을 못하게 한다. 키 성장을 이중으로 방해하는 셈이다.

 성조숙증을 파악하기 위해선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여아는 만 8세 전에 가슴과 음모가 발달하고, 만 10세 전에 초경을 한다. 남아는 만 9세 전에 고환이 커지고 음모가 관찰된다. 부모 키가 크지 않은데 아이가 만 5~6세 때 평균보다 3~4㎝ 더 웃자라도 성조숙증을 의심한다.

뼈 나이, 체질 따라 보양식도 달라

 비만형 성조숙증을 예방하려면 식습관부터 개선해야 한다. 패스트푸드·인스턴트·탄산음료는 비만을 유발해 성조숙증으로 나타난다. 장어구이·추어탕·잉어즙·사골국 같은 콜레스테롤이 높은 음식은 성호르몬을 자극하므로 주의한다.

 몸에 좋은 보양식도 과하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박 원장은 “영양 공급이 충분하지 않았던 과거에 비해 요즘엔 고단백 영양식품을 자주 먹는다”며 “한의학적 체질, 뼈 나이에 맞춰 보양식을 적절히 먹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뼈 나이가 적고 열이 많은 체질은 담백한 전복죽이 좋다. 신장·방광이 약해 이를 보충하기 위해서다. 뼈 나이가 적은데 열이 부족한 체질은 따뜻한 음식으로 보양한다. 이런 체질은 삼계탕이 적당하다. 닭고기는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해 성장발육에 도움을 준다.

 뼈 나이가 많고 비만에 성조숙증 위험이 높다면 버섯전골을 먹는다. 버섯은 칼로리가 적으면서 비타민을 골고루 함유하고 있다. 또 혈액 속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춰 성호르몬이 발달하는 것을 막는다. 뼈 나이가 많은 남학생은 콩단백질이 풍부한 두부가 좋다. 여학생은 콩보다는 토란을 먹는 게 도움이 된다. 토란은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풍부하다. 망가진 생체리듬을 조절해 숙면을 유도한다. 키 성장에도 효과적이다.

 체중 조절도 중요하다. 아이 체력에 맞는 운동을 선택해 조금씩 체중을 줄인다. 일주일에 주 3회 이상 20~30분씩 꾸준히 한다. 줄넘기·농구·배드민턴 등 성장판을 적절히 자극하는 가벼운 운동이 좋다. 야외에서 운동을 한다면 햇빛을 쬐어 비타민D 합성이 늘어나 체내 칼슘 대사가 활발해져 도움이 된다. 다만 여름철에는 땀으로 수분 손실이 많아 탈수·열사병을 겪을 수 있다. 운동 전후 충분히 수분을 보충한다.

● 이런 증상 있으면 성조숙증 의심해요

□ 비만이다
□ 패스트푸드·인스턴트식품 등 고지방 음식을 즐긴다
□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다
□ TV 시청, 인터넷 게임 등 시각적인 자극을 즐긴다
□ 생활이 불규칙하다
□ 체중 미달로 태어났거나 모유를 못 먹었다
□ 몸에 열이 많고 알레르기 질환이 있다
□ 엄마 키가 1m52㎝, 아빠는 1m64㎝ 이하다
□ 오후 10시 이후에 잔다

<권선미 기자 byjun300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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