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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록·이건호 중징계 … 동반퇴진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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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고객정보 유출 사건과 도쿄지점 부당대출,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내분 사태로 9일 중징계 사전통보를 받았다. 금융감독원은 징계 대상자에게 소명기회를 주기 위해 대략적인 내용을 미리 알려준다. 금감원은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중징계의 하나인 문책경고를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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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이 26일 열리는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할 수 없게 된다. 금융권에선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신호로 보고 있다. 은행권에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경우를 빼곤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고 끝까지 자리를 지킨 사례는 거의 없다. <표 참조> 이에 따라 중징계가 확정되면 임 회장과 이 행장 모두 퇴진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 사람은 지난해 7월 임명돼 2년 정도의 임기를 남겨두고 있다.

 금감원은 임 회장이 지난해 국민카드에서 유출된 5300만 건의 고객정보 중 1100만 건의 국민은행 고객 정보가 유출된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임 회장은 2011년 3월 국민카드가 국민은행에서 분사할 무렵 KB금융지주 사장으로서 카드 분사 과정을 총괄했고, 지주사 고객정보관리인이었다. 당시 국민카드는 은행 고객정보를 가지고 분사하면서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 금감원은 어윤대 당시 KB금융지주 회장도 고객정보 유출에 책임이 있다고 보고 제재 대상에 넣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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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행장은 2011~2013년 도쿄지점 부당대출이 이뤄졌을 때 은행의 리스크 담당 부행장이었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은 또 최근 불거진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한 내부 갈등에도 책임이 있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금감원은 도쿄지점 부당대출과 국민주택채권 횡령 사건, 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한 내분 사건에 책임이 있는 국민은행 임직원도 함께 제재한다는 방침이다.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은 기관경고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관경고를 받으면 3년 동안 다른 금융회사를 인수하는 것이 제한되기 때문에 KB금융이 LIG손해보험 인수에 나설 수 없게 된다.

 금감원은 또 카드사 정보유출 사건에 책임이 있는 3개 카드사와 SC·한국씨티은행 전·현직 임직원에게도 제재 방침을 통보했다. 고객정보 유출 시점에 재임하던 카드사 대표는 중징계 중 수위가 높은 해임권고 등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은 경징계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경고, 주의 등 5단계다. 이 가운데 문책경고 이상을 받으면 3~5년간 금융회사 임원으로 선임될 수 없다. 현직에서 물러났더라도 금융권에 다시 취업할 수 없다. 금융권에서 문책경고 이상을 사실상의 ‘금융권 퇴출 선고’로 보는 이유다.

 그러나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은 “소명 등 절차를 거쳐 최종 징계 수위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카드가 분사된 것은 2011년 3월 초이고 임 회장이 고객정보관리인에 임명된 것은 3월 말인 만큼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 행장 역시 “부당대출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을 질 위치에 있지 않았다”는 취지로 소명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관피아 금지법 논의=이날 국회에선 ‘금융 부문 낙하산 인사 이대로 둘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도 열렸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KB금융에서 낙하산으로 임명된 지주회사 회장과 은행장 간의 갈등이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다. 금융권 인사가 정권의 전리품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원배·이지상·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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