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올림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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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런 일화가 있다. 어느 나라 기능공이 시계의 부속품들을 깎아「스위스」로 보냈다. 「스위스」기능공은 그 시계에 자동장치를 달아 미국으로 보냈다. 미국의 기능공은 그 시계를 옆으로 밀어놓고 전자시계를 만들어「스위스」로 보냈다.
자, 이제 남은 문제는 그 시계가 얼마나 정확 하느냐에 있다. 시계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정각을 지킬 수 있는 전자시계를 만들 수 있다면 그 기능공이야말로 최후의 승리자다.
아니, 종신착용 정각시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금「메달」은 그 기능공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다.
이것은 누가 일부러 만들어낸 일화겠지만 오늘의 기능공에게 주어진 과제는 그처럼 냉엄하고 또 경쟁이 치열하다.
세계는 바야흐로 기술전쟁의 시대로 접어든 느낌이다. 무역경쟁의 격화는 결국 기술개발에 의하지 않고서는 벽을 뚫을 수 없게 되었다. 기술전쟁의 전사는 물론 기능공이다.
오늘 부산에서 개막된 「국제기능올림픽」은 바로 기술개발시대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이 대회는 20대 미만의 세계 청소년들이 갈고 닦은 솜씨를 겨루어 보일 것이다.
정작 기능「올림픽」이야말로 경기보다는 참가에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세계 여러 나라의 기능수준을 서로 비교하고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능의 세계는 기록보다는 수준이 문제다.
「기능올림픽」은 원래 청소년선도운동의 하나로 착안되었다.
2차대전이 끝나자 그 폐허의 자리엔 무질서와 방황과 사상적 혼미만이 남아 있었다.
정서가 불안한 청소년에겐 특히 비극적인 상황이었다.
1947년 「스페인」의 청소년 단체인 「직업청년단」은 「마드리드」에서 첫 기능대회를 열었다.
청소년들에게 정신적인 안정과 직업을 찾아주자는 생각이었다.
그것이 한발 더 앞서가 50년에는 이웃 「포르투갈」의 기능공 24명을 초청해 친선경기를 벌이게 되었다. 국제기능「올림픽」대회의 기원이 된 셈이다. 75년부터는 대회명칭에서 「친선」이란 말을 빼고 「국제청소년 기능올림픽」으로 발전했다. 현재 회원국은 17개국. 우리나라는 66년에 이 위원회 (IYSO)에 가입, 지난해의 23회 대회 때는 종합우승을 차지했었다. 미·독·불·일등 구미의 선진국들이 함께 참여한 대회에서 우승은 실로 값있는 기록이다.
더구나 그것이 기능공들의 가난과 고독과 실의를 이긴 교훈을 담고 있는 기록들인 것은 깊은 감동마저 준다. 이제 「기술한국」의 앞날은 그들의 손과 마음에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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