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견해…어느 선에서 묶어야 할까|토지거래 허가평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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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토지거래 허가·신고의무기준평수가 어느 선에서 결정될 것인가. 정부는 투기규제지역에서 허가기준하한선을 정하기 위하여 두 차례에 걸친 부동산정책 심의실무위원회를 열고 관계법 개정안 작업을 서두르고 있으나 좀처럼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투기억제 및 지가안정을 위한 종합대책(8·8조치)이 마련된 싯점에서는 정부도 「투기」를 뿌리뽑기 위해 비장한 각오인 듯 했으나 그 후 종합대책발표만으로 투기의 기세가 꺾인데다 장기적 토지정책면에서 몰매허가·신고를 불문하고 기준평수를 법으로까지 묶어야할 필요성이 있느냐하는 재론의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투기를 뿌리뽑기 위해 투기규제지역 안에서의 토지거래는 단1평의 경우도 허가를 맡도록 해야한다는 주장을 둘러싸고 부동산전문가들의 의견이 서로 다르다.
정부로서는 9월말까지 관계법개정안 성안작업을 마치고 개정안의 국회제출이라는 시한에 쫓기고 있다.
토지거래 허가기준이 될 평수의 하한선을 작게 잡을 수록 좋다고 보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크게 잡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하한선은 별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투기규제지역 안에서는 1가구 1주택의 경우를 빼놓고 단1평의 토지거래도 허가를 받도록 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정진우·한국부동산문제연구소장)은 투기 억제면을 강조하고 있다.
「아파트」의 경우처럼 대형 건축억제로 투기 「붐」이 소형으로 쏠린 경험에서 볼 때 소규모 토지거래에 대해서 허가를 면제해주면 소규모 토지에 대한 가수요를 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실효성 있는 투기규제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철씨(건설부건축과장)도 복부인·실수요자 아닌 소자본이 투기를 조장해온 점을 상기하면서 50∼60평정도의 토지거래도 허가를 맡도록 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그러나 부동산의 개별성, 표준적 토지이용의 개념이 지역에 따라 다르고 토지는 지역실정·용도별에 따라 투기의 특성도 각양 각색이므로 허가기준 하한선을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은 성급하다 (건대 김영진교수·한국부동산학회장)는 이론이 있다.
김교수는 『절대적 토지행정은 있을 수 없다』는 전제에서 허가기준 하한선을 소규모 평수로 못박는 것보다 크게 잡아 시행하면서 지역실정을 잘 아는 지방관서의 판단에 맡겨 소규모 땅거래도 허가를 하도록 좁혀가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홍백성씨 (감정원기획조사부차장)도 이같은 견해로 보통 주택택지가 영동에서는1백평이고 시내 밀집지에서는 30∼40평인 것처럼 같은 서울이지만 주거현실이 다른 실정을 감안할 때 획일적으로 허가기준을 정하는 것은 무리이고 공한지·투기성 토지개념이 확립된 후 신축성 있게 대처하기 위해 우선은 허가기준 평수를 넓게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권태준 교수(서울대·환경대학원)의 견해는 좀 다르다. 평수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규모 토지까지 일일이 허가를 받도록 하면 거래에 불편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는 허가를 합리적이고 신속하게 처리함으로써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면서 권교수는 투기와 실수요거래를 가릴 수 있고 거래의 불편이 없으면 『몇 평이상 거래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은 별 의미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다만 투기목적 거래, 실수요 거래를 가려 낼 수 있는 제도, 행정의 신빙성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이 권교수의 주장이다.
【김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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